'나혼산' 제작진, 지금의 멤버 구성이 매력적이지 않은 걸 알까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1. 4. 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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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필요한 '나 혼자 산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장수예능들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요즘, 2013년부터 오랜 기간 MBC 간판 예능으로 사랑받아온 <나 혼자 산다>는 이런저런 부침 속에 변화를 모색 중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황금기를 함께했던 제작진이 최근 교체됐고, 당시 멤버 중 박나래와 기안84만 온전히 남았다. 스튜디오 출연 인원도 줄였고, 아예 스튜디오를 옮겨보는 실험도 했다. 오랜 정체 속에 이시언마저 떠나고 박나래와 기안84의 개인기로 근근이 시청률은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제작진이 교체된 시점에 맞물려 메인MC인 박나래가 구설에 휩싸인 점도 부담이다.

<나 혼자 산다>가 4년 전인 2017년 MBC와 금요일 밤의 간판 예능으로 자리 매김한 결정적 이유는 실제로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전현무 체제 이전의 <나 혼자 산다>와 달리 1인 가구라는 공감대보다 연예인들이 함께 친해져가고 각별해지는 과정이 실상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유사가족 커뮤니티를 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익숙한 스토리와 감수성을 입히면서 관찰예능이라기보다 방송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리얼 버전의 <남자셋 여자셋>과 같은 시트콤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 1인 가구의 특색이나 교감이 아니라 여행을 간다거나 기획된 이벤트를 하더라도 하나의 스토리 안에 있으니 튀지 않았고, 가끔 연예인의 화려한 삶을 전시해도 스튜디오 토크에서 시청자들과 주파수를 맞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성장 과정, 친해지는 단계, 그 안에서의 감정의 오묘한 교류를 지켜본 정서적 유대를 토대로 하기에 <나 혼자 산다>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와 독점 콘텐츠가 존재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런칭한 지 4년 만에 정체를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넘어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런데 황금기의 기틀이었던 커뮤니티는 현실에서 비롯된 문제를 시작으로 금이 갔고, 결국 와해됐다. 박나래를 중심축 삼아 재건하는 듯했으나 그전만큼 매력적인 무지개 가족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의미 있는 도전도 했다. 그중 한 가지가 여성주의 예능이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여은파'는 방송에서는 반응이 죽었다.

이런 몇 가지 시도들이 쌓이고, 새로운 멤버들과 기존 멤버들이 어우러지는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면서 <나 혼자 산다>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는 사라졌다. 간혹 기안84나 박나래의 에피소드가 사랑을 받기는 했지만 단발에 그쳤고, 황금기 때와 달리 새로운 멤버들과 교류로는 나아가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요일 밤의 정서적 유대는 점점 옅어졌다.

<나 혼자 산다>는 정서적 접근에서 비롯된 커뮤니티가 핵심 매력이었지만 최근 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만나보기란 너무나 어렵다. 이슈를 좇거나 연예인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 방점을 찍은 흔한 관찰예능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주 김민경 편에서 역시나 먹는 것을 포인트로 잡고 이른 새벽부터 술상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연예인 인맥을 동원했다. 용형 편은 '브걸 코인'의 일환으로 용형의 화려한 살림과 매력을 펼치는 것 더하기 신곡 프로모션에 가까웠다.

과거 스튜디오 토크쇼에서 MC와 대화를 통해 띄워주듯 만들어갔던 스타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무대 밖 모습을 최근에는 관찰예능이란 이름으로 소구한다. 이슈에 민감하고 인간적인 면모와 특이함을 포인트로 잡아 잘 짜여 있는 하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진화된 방식의 토크쇼라 할 수 있다. 같은 방송사의 <전지적 참견 시점>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매니저를 통해 스타의 모습을 비춰본다는 색다른 시선으로 무척이나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설정만 남아 있을 뿐, 프로모션을 위해 순회하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나 혼자 산다>가 보여주고 있는 콘텐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캐스팅은 이슈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고, 현 무지개 멤버들이 함께하는 기획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즉, 지금의 구성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1년도 넘게 과거의 가족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상유지를 지상과제로 삼는다면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면 더욱 관성적으로 흘러가기 전에 보다 적극적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영광과 향수를 이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4년 전, 기존 <나 혼자 산다>와 완전히 결별하면서 황금기를 열었다는 자신들의 역사 또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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