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칼럼] 정권 재창출은 공짜가 아니다

성한용 2021. 4. 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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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칼럼]한반도 평화, 불평등 해소, 불공정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는 다음 대통령이 이어가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권리당원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민주당 21대 초선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1987년 6월10일 민정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가 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같은 날 전국에서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가 열렸다. 6월 항쟁의 시작이다.

위기에 몰린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였다.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는 대선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1987년 12월16일 대통령 선거 당선자는 노태우 민정당 후보였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한준수 연기군수가 관권선거를 폭로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했다. 12월 대선에서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당선됐다.

2001년 새천년민주당에서 정풍운동이 일어났다. 10·25 재·보선 패배가 당내 갈등을 증폭시켰다. 개혁 소장파 의원들은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공격했다.

11월2일 민주당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를 결의했다. 동교동계도 동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1월8일 총재직을 사퇴했다.

“저는 10월25일 행해진 재·보궐선거에 대한 패배와 그 이후 일어나고 있는 당내의 불안정한 사태에 대해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또한 여러분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국민에게도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총재가 물러난 뒤 민주당은 당 발전쇄신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 위원장 조세형)를 구성했다. 특대위는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했다. 2002년 국민참여경선에 200만명이 선거인단 참여 신청을 했다. 광주에서 시작된 ‘노풍’을 타고 노무현 상임고문이 후보로 선출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 중립을 지키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며 5월6일 아예 민주당을 탈당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 정부로 정권 재창출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놓고 이명박-박근혜가 격돌했다. 양쪽 전략 참모들은 밥그릇 싸움을 실용보수와 정통보수의 노선 투쟁으로 승화시켰다. 넓어진 저변은 보수 10년 집권의 토대가 됐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끌어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김종인 전 의원을 불러들여 경제민주화를 약속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정강·정책을 다 뜯어고쳤다. 새누리당은 그렇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이기고 정권을 재창출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여당의 재집권은 무척 어렵다. 야당은 정권교체와 심판론을 외치며 싸우면 그만이다. 여당은 레임덕 대통령의 허물까지 끌어안고 야당과 맞서야 한다.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의원들이 반성문을 쓰면서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서울시장·부산시장 공천 문제를 거론하는 바람에 사달이 났다. 화가 난 권리당원들이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퍼붓고 낙천 운동을 예고했다.

지극히 정상이다.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에서 그토록 참패하고도 당이 조용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앞으로 한참을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 투쟁에는 금도가 있다. 인신공격은 안 된다. 서로 진정성을 의심해서도 안 된다. 결국 ‘우리 편’이다.

다른 것은 우선순위와 전략전술이다. 의원들은 민생개혁, 권리당원들은 검찰개혁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민생개혁도 검찰개혁도 다 중요하다.

정당은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다. 당위의 깃발을 포기할 수 없다. 동시에 집권을 위한 조직이다. 집권하지 못하면 가치와 정책을 실현할 수 없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표를 얻어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의원들과 권리당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되 의견을 모아 나가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넘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남은 임기 중에 북-미 대화 재개는 불가능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심화했다. 부동산 자산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간절히 염원했던 공정한 사회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 불평등 해소, 불공정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는 다음 대통령이 이어가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권리당원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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