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재개 AZ 백신, 전문가 "국내 혈전 발생률은 유럽의 5분의 1"
"30대 이상은 접종 이익이 피해보다 크다고 판단"
"혈전 생성 희귀하지만 주의할 필요"
접종 후 '혈전' 생성 논란으로 연기 또는 보류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2일부터 재개된 가운데 전문가들이 "혈전 생성이 희귀하지만 그럼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접종 재개와 관련해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잠시 중단하고 전문가의 검토나 자료 확인이 필요했다"며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유럽보다 혈전 발생률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금 75만 명 접종 상태에서 한 건 발생했는데 100만 명당 1.3명 수준"이라며 "유럽의약품청에서 제공한 자료가 100만 명당 6.5명 수준이었으니 (우리나라는) 약 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전이 드문 인종적 특성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의 상황을 볼 때 이익도 위험도 적은 상황이라 연령별 판단 결과가 유럽과 조금 다를 수 있다"며 "30세 미만에서는 위험과 이익이 겹쳐서 판단하기 어렵고 50세 이상은 이익이 위험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30세에서 50세 사이인데 지금 접종 대상은 완전 일반인이라기보다 의료인, 요양시설 근무자, 승무원 등이기 때문에 접종의 필요성이 높고, 대체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면까지 함께 고려해서 이런 결정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증 이상 반응에 대응할 때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야 할 것이 어떻게 조기 발견, 대응을 할 수 있는지인데 대표적인 게 백신의 중증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접종 장소에서 30분 정도 대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귀 혈전도 이와 동일하다. 혈전은 증상 발현 자체가 접종 후 4일부터 최대 12일 이후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 후 4~12일 중 두통이 발생하고 시야 장애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희귀 혈전에서 대표적인 질병이 뇌정맥동 혈전이라는 건데 대표적 증상은 두통과 시야 장애"라며 "평소보다 시야의 범위가 좁아 보이거나 특정 구역이 안 보이면 바로 진단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20대한테 혈전이 발생한 것과 관련 "대부분 희귀 혈전이 55세 미만에서 발생하긴 했으나 유럽의약품청 발표 자료를 보면 희귀 혈전 자체가 나이나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면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AZ 백신 접종 뒤 혈전에서 혈소판 감소 없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혈전은 혈관 내에서 혈액이 굳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고 혈전증이라는 건 피가 굳어서 나타는 질환"이라며 "희귀라는 말이 붙었던 것은 뇌동맥동, 내장정맥 등 드물게 나타나는 곳에서 혈전이 발생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기에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면 악화되는 걸 막을 수는 있는데 적절한 대처가 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는 돼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에는 케이스 세 개가 보고됐는데 AZ 백신과 관련지어서 나타나는 희귀 혈전증의 경우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걸로 돼 있는데 (우리나라의) 이 사례들의 경우 혈소판 감소는 나타나지 않아 AZ 백신으로 인한 혈소판 문제는 아닌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희귀 혈전증이 특정 연령대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55세에서 60세 미만으로 희귀 혈전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반면 30세 미만의 경우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득실을 따져봤다"며 "어떤 조건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서 좀 더 보수적으로 판단해서 이들의 백신 접종을 배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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