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재계 면담 호들갑과 정치 쇼

임대환 기자 2021. 4. 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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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3년에 기념식에 참석했고, 5년 뒤인 2008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얼굴을 비쳤다.

문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은 대통령 취임이 상공의 날(3월 17일) 이후였기에 참석할 수 없었다.

늦게나마 경제계를 향해 내민 대통령의 손길이 선거 등 정치적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계와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진심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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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산업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취임 후 첫 참석이자,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시점의 뒤늦은 ‘방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계와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이 바빠졌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장들을 만나느라 요즘 정신이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뒤늦은 방문을 두고 재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다. 지난 4년간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기념식에 참석한 것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유가 없지는 않다. 전임 대통령들은 5년 주기로 이 행사에 참석해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3년에 기념식에 참석했고, 5년 뒤인 2008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얼굴을 비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에 참석했다. 모두 취임 첫해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은 대통령 취임이 상공의 날(3월 17일) 이후였기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듬해 행사에는 참석하는 게 상례일 텐데, 문 대통령은 2018년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이 더 지나 임기 말년에야 모습을 보였다. 경제인들 사이에서 “그동안 뭐 하다가…”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방문 시기도 공교로웠다. 올해 기념식은 여권이 불리한 상황에 놓였던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남겨 놓은 날 열렸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대통령 외부 행사를 이용해 여당에 불리하게 전개되던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시점이다.

참모들의 경제단체 방문 행태에도 말이 많다. 이 실장은 경제단체장들을 불과 20∼30분밖에 만나지 않았다.중견기업연합회에서는 애초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눌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20분 정도로 면담시간이 단축됐다고 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건의문을 전달하고 업계 현실을 자세히 설명하려 했는데, 갑자기 면담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들의 방문이 요식행위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번에도 ‘패싱’한 것은 청와대가 여전히 경제를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과거 잘못이 있었다고 해서 국내 최대 규모의 경제단체를 임기 내내 ‘왕따’시키는 것은 ‘소통과 협력’이라는 이번 릴레이 회동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잘못을 엄중히 꾸짖었으면, 이제부터는 국가 경제를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어깨를 다독이는 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려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유가와 곡물 같은 국제 원자재가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경향 등 수많은 위험이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늦게나마 경제계를 향해 내민 대통령의 손길이 선거 등 정치적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계와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진심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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