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돌아선 20代와 '신속 변경'세대 등장

기자 2021. 4. 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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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당시 눈길을 끌었던 장면 하나는,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중·고생들이었다.

이미 4년 전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이번 4·7 선거가 이들이 투표권을 얻고 처음으로 참여한 선거인 데다, 이들이 속한 20대 연령층이 보여준 투표 행태로 사회가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1년 전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이들의 행태가 통념을 넘어선 새로운 20대의 등장이라는 규정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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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치학

2016년 겨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당시 눈길을 끌었던 장면 하나는,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중·고생들이었다. 입시지옥이라는 현실에 굴복하고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이들은 손수 만든 포스터와 피켓을 들고 독자적인 집단을 만들어 집회에 참여했던 것이다.

이미 4년 전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이번 4·7 선거가 이들이 투표권을 얻고 처음으로 참여한 선거인 데다, 이들이 속한 20대 연령층이 보여준 투표 행태로 사회가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투표한 20대 중 절반이 넘는 55.3%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을 뿐 아니라, 20대 남성은 7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그간의 통념에 반하는 결과였다.

1년 전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이들의 행태가 통념을 넘어선 새로운 20대의 등장이라는 규정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지난 총선과 이번 보궐선거 사이 20대뿐 아니라 30대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20% 이상 줄었음을 보여준다. 40대 역시 그보다는 적지만 15% 이상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감소했다. 새로운 20대의 등장이라기보다 검찰개혁 과정,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정부의 실패, 공정한 사회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연령과 무관하게 집권당에 대한 채찍이 가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의 오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취업 걱정은 물론 취업 후에도 개선될 것 같지 않은 ‘암울함’이 더 증폭된 결과일 것 같다.

사실, 정치권도 새로운 20대가 등장할 만한 혁신적 정치 토양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대를 향한 공약은 여전히 미비했을 뿐 아니라 후보 간 차이도 거의 없다. 또, 각 정당은 미래의 정치 주역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 ‘촛불혁명’ 정권이라면서도 정당의 조직·인적 쇄신은 없었으며, 그 안에서 정치에 관심이 높은 청년층에 대한 배려는 간과됐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20대의 투표행태는 보수화된 젊은층의 등장이라는 의미보다 정당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약해진 집단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 같다. 과거 지역적 차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당과의 강한 연대감 아래서는 이번 선거처럼 정당 간 지지율이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약하기 때문이다. 30대와 함께 이들이 보여준 과감한 지지 변경은 정당의 잘잘못과 무관하게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지배적이었던 과거와 결별을 의미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또한, 이들은 정당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약한 만큼 채찍을 들어야 할 때 들겠다는 적극적인 정치 참여 의지를 지닌 세대로 보인다. 정치학자 수전 스캐로는 ‘다변속적 소속감(multi-speed membership)’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참여 유형의 당원을 당비를 내고 활동하는 이른바 전통적 진성당원과 구분한다. 이들은 정당과 강한 유대감 없이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정치적 의사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집단으로 존재한다. 온라인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당과의 느슨한 연대에 만족하는 이들은 정당에 대한 평가 및 지지 변경에 신속하며 적극적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각 정당이 이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20대, 30대 유권자 집단의 등장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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