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도전 89년 만에 일본 남자골프 숙원 이른 마쓰야마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2021. 4. 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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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마쓰야마 히데키가 12일 일본 선수로는 최초로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그린 재킷을 입고 두 팔을 치켜 들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이저 대회 우승은 일본 남자골프의 비원이었다.

일본 여자골프는 1977년 히구치 히사코가 L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2019년엔 시부노 히나코가 브리티시 여자오픈서 우승하며 두 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반면 남자는 1932년 미야모토 도메키치가 디 오픈에 처음 출전한 이후 88년 동안 메이저 우승이 미완의 목표로 남아 있었다. 아오키 이사오, ‘점보 오자키’, 가타야마 신고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강자들이 메이저 대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 1980년엔 아오키가 우승에 도전했지만 잭 니클라우스에 2타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일본 남자골프의 비원을 마침내 이룬 것이 바로 마쓰야마 히데키다.

마쓰야마의 마스터스 우승은 운명적이다. 마쓰야마는 2011년 아마추어로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해 1언더파를 기록, 아마추어 최저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실버컵을 수상했다. 그때 그의 나이 19살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오거스타 내셔널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마쓰야마는 2015년엔 5위에 올랐고, 2016년 공동 7위, 2020년 공동 13위로 좋은 성적을 올리더니 올해 마침내 그린 재킷의 주인이 됐다.

4살 때 골프에 입문한 마쓰야마는 2012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뒤 2013년 프로로 전향했다. 일본투어에서 8승을 올린 마쓰야마는 2014년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로 진출해 그해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첫 승을 따낸다. 당시 연장전에서 물리친 케빈 나와는 절친이 됐는데 이번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가장 먼저 축하를 해준 것도 케빈 나였다. 피닉스 오픈에서 2016년과 2017년 2연패를 달성하기도 한 마쓰야마는 2017년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5승을 기록한 뒤 4년 가까이 우승이 없다가 이번 마스터스에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PGA 투어서 5승을 거두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7차례나 톱10에 오르며 쌓아온 마쓰야마의 기술과 경험이 마침내 활짝 꽃을 피운 것이다.

지난 10년간 일본 남자골프를 대표한 간판 스타였지만 일본 골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신중함을 중시하고 많은 것을 공유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그의 사생활이 쇼에 나오거나 인터뷰에서 거론되는 일이 없다. 마쓰야마는 2017년 1월 결혼한 사실을 몇 개월 뒤에 공개했는데 “아무도 내가 결혼했는지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m80, 90㎏의 좋은 체격 조건에 견고한 스윙을 갖춘 마쓰야마는 올 시즌 드라이브 비거리 297.4야드로 전체 92위에 불과할 정도로 그리 장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마스터스에서 파5홀에서만 버디 6개, 이글 3개, 보기 1개로 11타를 줄인 게 우승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파4홀에선 버디 5개, 보기 5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파3홀에선 버디 2개, 보기 3개로 1타를 잃은 것과 비교하면 파5홀을 얼마나 잘 공략했는지 알 수 있다.

마쓰야마가 일본 선수로 첫 마스터스 챔피언이 된 기분을 표현하는 데는 굳이 통역이 필요 없었다. 마쓰야마는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정말 행복하다(I‘m really happy).”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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