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사이버 테러'로 고장.."이스라엘 모사드가 공격"

이란 "핵 테러 행위"..국제 사회의 대응 촉구
새 원심분리기 가동과 미국 핵합의 복귀 논의 중 발생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대상인 이란 나탄즈 핵시설이 11일(현지시각) 사이버 테러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전력 관련 고장을 일으켰다. 2019년 11월 이란이 공개한 나탄즈 핵시설의 원심분리기 모습. 나탄즈/AP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대상인 이란 나탄즈 핵시설이 11일(현지시각) 사이버 테러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전력 관련 고장을 일으켰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 등이 보도했다.

이란 원자력청은 이날 나탄즈 핵시설의 전력 분배망이 사고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 사고 원인이 ‘핵 테러 행위’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사고로 인명 피해나 방사능 오염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시설에는 2015년 이란이 서방 국가들과 맺은 핵합의에 따르면 사용할 수 없는 개량형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란은 전날 ‘핵기술의 날’을 맞아 이 원심분리기의 가동 행사를 열었다. 미국이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자, 이란은 2019년 5월부터 핵합의에 따른 핵 프로그램 동결 조처를 점차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개량형 원심분리기 가동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조처다.

이스라엘의 공영 라디오 <칸>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밤 나탄즈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이란의 핵무장에 맞선 싸움은 중대한 임무”라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미국의 핵합의 복귀를 위한 나머지 합의 당사국 간 논의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기 이틀 앞서 발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미국의 핵합의 복귀를 방해하기 위해 공격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의회 에너지위원회의 말레크 카리아티 위원장은 “이란이 서방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는 가운데 벌어진 이 사건은 이런 노력에 대한 방해 행위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 청장은 “이란은 이번의 비열한 공격을 비난하는 한편, 국제 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가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란은 테러 공격을 감행한 자들에게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사고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현 단계에서는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있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만나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통 같은’ 미국의 헌신을 재확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오스틴 장관의 이 발언은 이란 핵합의 복귀 움직임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