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삶의 가치' 찾는 공간 지향"

2021. 4.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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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경이 만난 인물-고영은 현대자동차그룹 차량아키텍처 인테그레이션실장
E-GMP의 제원상 해당 플랫폼이 적용된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5분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의 시대를 연 셈이다. 고영은 상무는 “경쟁 업체의 전기차 플랫폼보다 E-GMP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동수단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삶의 한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지가 개발 단계의 시작이자 핵심이었죠.”

고영은 현대자동차그룹 차량아키텍처 인테그레이션 실장(상무)이 소개한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지향점은 명확했다. 차량의 기초가 되는 골격을 벗어나 삶이라는 테두리 안에 배터리 효율성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담은 또 하나의 공간. 그 결과물은 국내 완성차 업계엔 존재하지 않았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멀티 세그먼트를 고려해 세단부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고성능 차량을 아우르는 다양한 차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그리고 충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800V 시스템을 기본으로 18분이면 급속 충전을 마칠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고 실장은 지난 1991년 차량 동력학 해석 및 제어 시스템 개발 연구원으로 현대차와 인연을 맺었다. 1999년부터는 섀시 플랫폼 개발 파트장을 역임하며 본격적으로 차체 개발을 주도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섀시 설계부터 고성능차 설계를 도맡기도 했다.

이동수단 벗어나 다양한 경험 제공
국내 완성차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

그는 GM의 BEV2, 르노닛산의 CMF-EV, VW그룹의 MEB/PF 등 경쟁사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보다 E-GMP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듈화와 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의 특성상 단기간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고 제조 과정이 간단해 생산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고 실장은 “다른 OEM에서 제공하는 플랫폼보다 1회 충전 거리(AER·All Electric Range)와 가속력에서 E-GMP가 우월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소형부터 대형 차종까지 그에 적합한 고객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유연성을 통해 변형과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3미터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구현한 ‘아이오닉5’만 보더라도 E-GMP의 장점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구동 모터를 넣고 저중심 설계와 이상적인 전후 중량 배분을 구현해 광활한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구동성능 개선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중대형 타량에 적용됐던 후륜 5 링크 서스펜션과 세계 최초로 양산되는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Integrated Drive Axle)도 E-GMP의 강점으로 꼽았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 후륜모터 시스템. [현대차그룹 제공]
세단~SUV 아우르는 유연성 장점
800V 시스템 18분이면 충전 ‘OK’"

내연기관을 뛰어넘은 역동성은 기아 ‘EV6 GT’ 모델이 입증했다. 최고출력 584마력(PS)과 최대토크 740Nm(75.5kgf·m)의 동력 성능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단 3.5초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고 실장은 “하나의 차종을 위한 개발이 아닌 전체 전기차 라인업의 확장성을 고려해 개발했기에 가능한 멀티 플랫폼 전략의 결실”이라고 했다. 고성능 모델을 원하는 고객은 물론 전기차 레이싱 무대에 E-GMP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내연기관 플랫폼에 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공용화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확보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라며 “E-GMP로 시작한 전기차 플랫폼은 향후 공용화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 모듈러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의 요구조건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확보에 중점을 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거리 주행거리를 결정하는 배터리의 혁신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E-GMP 개발 당시 배터리 시스템의 발전을 염두에 두며 용량을 확장을 고려한 공간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을 첨언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제공]
기능통합형 드라이브 액슬도 강점
3.5초면 100㎞/h 도달 ‘국내 최강’

고 실장은 “현재 적용되는 3세대 배터리는 지난 2018년 선보인 코나에 탑재된 2세대 배터리보다 16%의 에너지 밀도와 21% 증대된 용량을 갖췄다”며 “에너지 밀도와 용량이 획기적으로 증대된 4~5세대 배터리도 쉽게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먼 미래를 고려해 E-GMP를 개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따른 E-GMP의 변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과 고성능 전기차, V2G(Vehicle to Grid) 등 다양한 활용성을 고려한 설계구조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E-GMP가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였다.

아이오닉5와 EV6의 고객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고 실장 역시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능 확보에 장애 요인이 많았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일각에서 제기하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 배터리 모듈. [현대차그룹 제공]
4~5세대 배터리도 쉽게 탑재 가능”
꼼꼼한 충격완화장치 안전에 자신

그는 “배터리 충격량을 최소화하고자 서브 프레임과 배터리 사이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서브 프레임 이탈 방지를 통해 정면충돌 밀림량을 최소화했다”며 “배터리 단품 차원에서 배터리 케이스와 내부 횡부재 보강을 통해 자체 안전성도 대폭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E-GMP는 차체와 섀시 등 구조물의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됐다.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보강구조로 보완해 배터리가 받는 부분의 충격도 줄였다. 특히 차량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 보호구간은 초고장력을 충분하게 적용했다.

유럽·미국 주요 업체들의 전기차 대량양산 시기가 2023년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11개의 전용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2025년 로드맵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13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전기차 23종, 수소전기차 2종 등 총 44개 차종에 달한다.

고 실장은 “글로벌 시장 수요를 고려하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선진시장 위주로 이뤄지겠지만, 신흥시장의 내연기관 수요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환경 규제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E-GMP 기반의 전기차 공급을 꾸준히 늘리는 동시에 신흥시장을 위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라인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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