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 전문가 양성 시급..佛 사법감정사 등 도입해볼 만"

장재선 기자 2021. 4. 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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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술 전문인이 현미경 등을 이용해 미술품을 감정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제공
한국화랑협회가 지난 5일 연 ‘미술품 시가감정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최병식 경희대 객원교수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화랑협회 제공

- 화랑협, 토론회서 공론화

“물납제 도입” 목소리 커지며

市價 감정 등 화두로 떠올라

“입문과정 아카데미 운영 예정

민·관 힘 합쳐 시스템 구축을”

문체부는 관련 연구용역 발주

“우리가 배를 띄운 것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응답을 하느냐가 관건이지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미술계 화두로 떠오른 ‘시가 감정’ 논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술품 시가 감정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컬렉션 때문에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삼성가(家)에서 미술 단체 세 곳에 컬렉션의 시가 감정을 맡긴 것이 알려진 까닭이다. 이를 계기로 문화계가 미술품·문화재를 상속세 등으로 낼 수 있는 물납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그 바탕이 되는 시가 감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술품 감정은 진위, 시가 등 두 영역으로 크게 나뉜다. 이중섭, 천경자, 이우환 등 현대 미술 거장들의 위작 사건에서 보듯이 진위 감정은 대단히 어렵다.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시가 감정도 쉽지 않다. 두 사람 이상의 전문가가 작품 상태와 크기, 작품성, 작가 경력, 인지도 등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합의하면 인정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그 결과가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감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탓이다. 당장 삼성 컬렉션 감정만 해도 국내 최고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했음에도 “그 감정가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물납제를 도입하면 미술품 가격 부풀리기 등으로 조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물납제 추진 관련 법률을 발의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감정가 신뢰도를 높일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화랑협회가 지난 5일 ‘미술품 시가감정 전문가 토론회’를 연 것은 이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양지연 동덕여대 큐레이션학과 교수는 “국내 미술품 감정 전문가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술품 감정 관련 전공이 대학원에 개설된 바 있으나 현재는 중단됐고, 현업을 통한 실무 경험을 쌓기도 힘들다”며 “문화재청, 국세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공공·행정기관에서 미술품 진위감정, 가치평가, 과학분석 분야 전문성을 개발하고 직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김보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교수는 “감정수요 현황 조사와 구체적인 수요 개발, 감정서 발급 기관·개인에 대한 인증제도 도입, 주요 경매 기록에 대한 실시간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감정 인력 양성을 위한 시가감정교육원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 미술품 단체는 이건희 컬렉션을 맡았던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한국시가감정협회가 대표적이다. 한국고미술협회도 산하에 감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밖에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경매회사들이 자체 감정위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의 미술품 가치 평가 업무가 발달해 있다. 영국, 미국, 일본은 국세청이 민간단체와 협력해 미술품 진위, 시가 감정에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에서 위촉한 민간 위원들이 ‘사법 감정사’로 활동하는 제도를 운용한다.

이와 관련, 미술품 감정제를 연구해 온 최병식 경희대 미대 객원교수는 “프랑스식 사법 감정사 제도를 고려해보면 좋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감정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미술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랑협회는 우선 미술품 감정 입문 과정의 아카데미를 운영할 예정이다. 황 회장은 “한 번에 3시간씩 10강좌를 개설해 운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대학에서 강좌를 개설한 후 학점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든 미술계든 어느 쪽이 주도해도 좋으니, 민관이 힘을 합쳐서 좋은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납제, 감정 시스템 등을 포함해 미술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방안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입찰을 통해 국민대 산학협력단이 선정돼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5∼6월에 그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 실천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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