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美·中 '테크 전쟁'.. 5G → 반도체 → 디지털화폐로 '확전'

박준우 기자 2021. 4. 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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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 이어 기술패권 경쟁… 안보문제 맞물려 총력전

美, 中 화웨이·앱 규제에 이어

中 슈퍼컴퓨팅 기관까지 제재

AI·블록체인기술… 갈등 확산

자국산업 키우기 경쟁도 가열

美, 반도체에 500억달러 지원

中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테크놀로지(기술)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세대(G) 이동통신에서 시작된 미·중 양국의 대립은 이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앱과 디지털 화폐, 슈퍼컴퓨터로 이어지는 중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서의 경제 패권과 국가 안보를 건 백척간두의 싸움은 단순히 두 국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을 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고, 이에 따라 각국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G에서 슈퍼컴퓨터까지, 상대 견제와 자국 산업 키우기 = 지난 8일 미 산업안보국(BIS)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톈진(天津) 파이티움 정보기술(TPIT) 등 중국 슈퍼컴퓨팅 기관 7곳을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미 상무부는 이들 7개 기관이 중국군의 슈퍼컴퓨터 구축, 불안정을 조성하는 군사 현대화 시도,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 등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 같은 중국 IT 기업에 대한 견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던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방수권법(국방예산안)에 서명해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ZTE를 규제리스트에 올렸고, 이듬해에는 미국 기업과의 자유로운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이어 틱톡과 위챗 등 중국산 앱의 사용을 규제하더니, 반도체에 이어 슈퍼컴퓨터 업체까지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중국에서도 미국 회사인 애플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중국 정부가 화웨이에 모바일 결제 사업권을 내주는 등의 기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양국 간 첨예한 대립은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확보 전쟁과 양자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양측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기술을 놓고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미·중은 규제와 함께 자국의 관련 산업 확장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그 대표적인 분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약 500억 달러의 지원안을 발표했고, 12일엔 삼성과 제너럴모터스(GM) 등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책 회의도 한다. 중국 또한 자국 기업인 칭화유니(紫光)그룹을 국유화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하고 있고, 전 세계 반도체 관련 기업들 인수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또 중국 당국은 오는 2025년까지 중국 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관련 산업 키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035년까지 △AI △퀀텀 컴퓨터 △반도체 △뇌과학 △유전자 및 바이오기술 △우주·심해 탐사 △임상의학 및 헬스케어 등 7대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 동안 한 자루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핵심 영역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 경제 주도권 전쟁 = 미·중 간 기술 전쟁이 첨예한 것은 이 문제가 국가안보는 물론, 향후 산업 패권을 쥐는 데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5G의 경우 향후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원격진료 및 가상현실(VR) 등 미래 유망산업의 토대로, 향후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미국의 공세는 이 분야의 최대 강자로 꼽혔던 화웨이 견제를 통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컴퓨터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재료가 되면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또한 향후 산업 패권을 쥐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지난 3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네트워크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협의체) 정상회담에서 참여국들은 안보 관련 의제보다 ‘쿼드기술네트워크(QTN)’를 출범시키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중국의 경제 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적 협력을 더 강조했다.

중국 또한 미국의 각종 제재와 대응에 디지털 화폐 개발에서 앞서가며 대응하고 있다. 3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중국-홍콩 간 ‘디지털 위안’ 결제의 기술 시험을 시작했으며, 장차 국제 간 결제에도 실제 적용 의지를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디지털 위안은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의 가상 암호화폐와 달리 화폐 발행기관인 중앙은행이 정식 발행하는 화폐(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하나다. 국내 한 전문가는 중국의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해 “미국과 문제가 생기면 위안화로 상대방과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디지털 화폐는 프로그래밍이기 때문에 국제 전산 결제 시스템을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짧은 시간, 적은 비용을 투입해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기술전쟁, 세계 각국에 모두 영향 = 양국의 대립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와 관련한 제품을 배제하도록 다른 국가에도 요청하면서, 각국 IT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반도체 품귀현상과 이로 인한 자동차·전자제품 생산중단도 미·중 간 무역전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대만 등 국가는 전략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국가가 힘을 실어 주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 또한 정부가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의 패권 다툼에 끼인 한국 업체들 입장에선 향후 미래가 불투명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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