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싼 비지떡'인가
(시사저널=윤방부 연세대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재난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류 역사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의 재앙이다. 발생한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 확산이 그칠 줄 모르고, 사실 언제 대유행이 끝날지도 알 수 없는 현실이다.
4월6일 현재까지 1억30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고, 약 28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의학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도 3100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약 56만 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치명률 1.8%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0만 명을 조금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약 170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와 같은 비극을 불러온 코로나19는 언제 그 모습을 감출까? 최소한 언제쯤이면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19의 지장을 받지 않게 될까? 아직은 그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 감염병은 Host(인간)와 Agent(병균) 사이의 싸움이며, 그 사이에서 Environment(환경)가 지렛대로 작용한다. 쉽게 설명하면, 인간의 자가면역이 크게 강화돼 병균의 전염력을 능가하거나, 병균 스스로 전파력이 약해지는 경우에 감염병은 사멸한다. 인간과 병균의 자연스러운 싸움의 승부가 없을 때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환경이 싸움의 승자 또는 패자를 결정해 준다. 다시 말해 의학적·정치적·행정적·사회적·인종적·기후적 환경 등이 숙주인 인간 쪽으로 힘을 보태면 병균을 물리칠 수 있다.
현재의 코로나19 감염을 인간·병균·환경의 원리에 적용해 보면 결코 병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가장 크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에게 병균을 죽일 수 있는 항체를 심어주는 백신이다.
인류는 그동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8일 의학적으로 인증받은, 인공위성 개발보다 더 큰 기적이라고 불리는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했다. 코로나19 백신은 만드는 기전에 따라 mRNA(리보핵산) 백신인 모더나 백신과 화이자 백신, 아데노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만든 얀센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이용한 노바백스 백신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보면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그다음으로 얀센 백신이 FDA 허가를 받아 접종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 백신은 세계 각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의구심 끊이지 않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연구 오류로 인해 미국 FDA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각국에서 끊임없는 의구심과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는 이 백신 접종을 중지했고, 유럽연합(덴마크·오스트리아·노르웨이·독일 등)도 접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문제는 크게 2가지가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미국 FDA 인정 여부다. 지난해 봄과 여름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제일 앞선 백신으로 여겨졌다. 옥스퍼드대학 안드리안 힐 박사는 오히려 mRNA 방식으로 만드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고 이 세상에 없는 기묘한 방식이라고까지 모욕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큰 문제에 직면했다. 임상시험 대상자 중에서 2명이 횡단척수염(Transverse Myelitis)으로 하지가 마비됐다. 연구가 중단됐고, 이 부작용과 백신의 연관성이 없다(1명은 불명확)는 판정 이후 연구가 재시도됐다.
이 임상 연구 결과가 지난해 11월 발표됐다. 그런데 연구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용량을 주입했고 영국과 브라질에서의 연구 결과에 통일성이 없었다. 미국 FDA 심사위원들은 의학잡지 란셋에 발표된 이 연구논문 내용이 뒤틀리고 부정확하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3월25일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 다시 진행한 임상시험 3상 결과가 나왔다. 효과는 76%이고, 입원이나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도 거의 100% 예방한다는 것이다. 미국 FDA가 언제 이 백신을 인정할지 모르지만, 안전성과 효과는 다른 백신과 숫자적인 면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두 번째는 각국에서 문제 삼고 있는 '혈액 응고'와 관련된 부작용 내지는 사망에 대한 견해다. 혈액 응고 부작용 이슈는 2월27일 오스트리아 빈의 혈액학 의사가 증례를 보고해 오늘에 이르렀다. 49세 여성 간호사가 복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는데, 혈액 응고를 돕는 혈소판이 감소하고 복부 정맥과 동맥에 혈전이 생겨 사망했다는 증례다. 이 외에도 50세 이하 여성에게서 뇌정맥혈전(CVST)이 문제가 됐다.
자국엔 사용 않겠다는 미국
이처럼 출혈 경향을 일으키는 혈소판 감소와 거꾸로 핏줄이 막히는 혈전이 동시에 생기는 병을 VIPIT(백신으로 생긴 혈전증)라고 명명했다. 의학적으로는 HIT(헤파린 부작용으로 생기는 병)와 DIC(파종 혈관 내 응고)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효과가 위험성을 훨씬 능가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계속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거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
어쨌든 간에 말이 많고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겠다. 미국은 향후 FDA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인정해도 자국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타국에 기증한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뢰하지 않고, 모더나·화이자·얀센 백신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거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백신 자체로는 괜찮은데 스스로 여러 문제를 자초해 '싼 게 비지떡' 신세가 됐고, 반면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다홍치마'가 됐다. 물론 세계는 바야흐로 백신 확보 전쟁 중이다. 그렇더라도 이왕이면 다홍치마가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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