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윤석열 '정의·원칙' 중시하는 형님 리더십..'타협·조정능력'은 검증 필요

이후민 기자 2021. 4.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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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대선주자 윤석열 前 검찰총장

퇴임전 검사들에게 모겐소 전기 배포…원칙 강조

8급 수사관·청소부까지 인연 맺으면 끝까지 챙겨

경제문제 남다른 관심 “공정거래법 이해도 최고”

술 좋아하는 의리파… 과도한 ‘측근 챙기기’ 우려

“조직 동요 추스르거나 방향성 제시 못해” 평가도

“정치 경력 전무” - “ 정무감각 있다” 평가 엇갈려

4·7 재·보궐선거를 야권이 압승하면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대쪽 같은 검사, 어떤 권력에도 칼날을 휘두르는 검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전문가들과 주변 지인들을 취재한 결과, 윤 전 총장의 리더십은 알려진 대로 ‘원칙’과 ‘정의’ ‘의리’ 등 이른바 ‘사나이 리더십’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의리’는 지나친 측근 챙기기로 보이며, ‘원칙’은 양보와 타협이 부족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를 바람직한 정치 리더로 평가하기 위해선 따져봐야 할 대목으로 평가된다.

◇정의감 가득한 원칙론자 =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유명한 윤 전 총장은 퇴임 전 전국 일선 검사들에게 로버트 모겐소 전 미국 뉴욕검찰청 검사장의 일생을 정리한 전기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를 배포했다고 한다. 모겐소 전 검사장의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빌려 후배 검사들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한 셈이다. 그의 남다른 정의감은 대학 재학 시절에도 화제가 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교내 모의재판에서 검사를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모의재판의 내용이 교내외로 알려지자 강원지역의 사찰로 피신했다고 한다.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 9년간 낙방하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뒤늦게 합격하며 검사에 임용됐다. 윤 전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윤석열은 모르는 부분을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었다. 교수님과 논쟁이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술 좋아하는 의리파 형님 = 윤 전 총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한번 인연 맺은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형님’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고시생 후배들의 과외 선생 역할을 하다 사법시험 장수생(9수)이 됐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술과 사람을 좋아해 폭넓은 인간관계 맺기로 유명하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는 “윤 전 총장이 (결혼 전) 재산이 너무 없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모든 자리의 술값을 자기가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등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대검찰청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윤 전 총장에 대해 “같이 근무한 8급 수사관과 청소하는 여사님을 모두 진심으로 챙긴다”며 “장관급 공직자인데 메신저로 쪽지를 보내면 읽자마자 다 답장해준다”는 글을 남겼다. 윤 전 총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아랫사람의 일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본인이 책임을 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이 2006년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사표를 내자 같이 근무한 경험도 없던 윤 전 총장이 불쑥 찾아와 사표를 거두라고 만류한 일도 있었다.

◇과도한 자기 사람 챙기기 우려도 = 윤 전 총장의 의리는 종종 지나친 ‘자기 사람 챙기기’로 엇나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검찰 주요 요직이 특수부 검사들로 채워졌다. 형사부 출신 검사들은 상대적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윤 전 총장과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전 검찰국장을 감싸려다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검찰조직 내부의 동요를 추스르고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는 협상과 타협의 산물인데, 본인 신념에 어긋나면 반발하기만 했다”며 “검찰조직에도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또 다른 얼굴, 경제·공정거래 = 윤 전 총장의 지인들은 “윤석열이 법과 함께 평생 천착해 온 또 다른 영역이 바로 경제”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한국은행에 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고 한다. 그의 서울대 법대 석사학위 논문 주제는 ‘미국 집단소송(class action)에 있어 대표요건에 관한 연구’였다.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아들에게 선물한 책도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다.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꺼내 들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재직 중이던 2018년 12월에는 미국 반독점국을 직접 방문해 마칸 델라힘 반독점국장과 양자회담을 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역대 검찰총장 중 시장경제와 공정거래법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다”고 평가했다. 한 지인은 “자유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공정한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흐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게 윤 전 총장의 평소 신념”이라고 전했다.

◇정치 감각 있나 없나 = 정치 경력이 없는 윤 전 총장의 정무 감각은 증명된 바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외부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정책 능력이나 정치적 전문성이 금방 검증될 것”이라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지지율은 확 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족한 정치력은 정당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며 “제3지대로는 시간이 부족하고 제1야당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검사만 한 검사는 아니다”라며 “대단히 정무 감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윤 전 총장이 헌법정신, 법치주의, 국민 상식 등을 반복적으로 말했는데 타이밍과 메시지 내용을 보면 상당히 정치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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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서울 출생 △서울 충암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사법시험 33회(사법연수원 23기) △대검찰청 중앙수사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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