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조달청장 "공공조달,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 만들어내겠다
● 관계·학계·정계 두루 거친 경제전문가
●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조달청에 눈길 가는 이유
● 상반기 중 32조2000억 사업 조기 집행, 경제회복 지원
● 세계를 선도할 혁신제품 발굴·판로 확대 지원
● 2023년까지 나라장터 전면 개편 ‘디지털 퍼스트’ 추진
● 사회적 책임 다하는 공공조달 실현
조달청의 주된 업무는 공공기관에 필요한 물품의 조달·공급이다. 현재 국민적 관심사인 코로나19 백신 유통, 보관, 접종에 필요한 물자 마련에도 조달청이 깊숙이 관여한다. 백신용 냉동고나 주사기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일선 예방접종센터에 전달되도록 하는 게 조달청 임무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조달청에 많은 사람의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 공공조달 규모는 2019년 기준 연간 135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7%에 이른다. 조달청이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대응 물품 조달에 만전 기한다"
-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과 관련해 조달청의 역할이 눈에 띈다. 초저온 냉동고 조달은 잘 진행되고 있나.
"그렇다. 전국 예방접종센터에서 초저온 냉동고를 주문하면 바로 납품될 수 있도록 계약을 마친 상태다. 코로나19 백신접종에 필요한 주사기도 현재 8400만 개를 계약했다. 접종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물자는 수요에 딱 맞춰 준비하지 않는다. 보건 및 방역 당국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만에 하나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무리 없이 대처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출 방침이다. 또 수요기관이 조달 요청을 하기 전에라도 방역당국과 선제적으로 협의해 필요한 물품을 최대한 신속하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조달청이 지난해 이른바 '마스크 대란' 이후 공적 마스크 관리 업무에 뛰어들어 상황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마스크 수급은 조달청 업무가 아니었다. 수요가 갑자기 치솟으면서 조달청 노하우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당시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공급할 방법을 몰라 답답해하고, 시장엔 마스크가 부족해 혼란이 생겼다. 그때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등 각종 조달 인프라를 활용해 상황을 안정시키고자 노력했다. 이후 방역 당국 관계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 한때 마스크를 구하려는 사람들 줄이 약국 앞마다 길게 늘어선 적도 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현상이 다 사라졌다.
"그래도 마음을 놓으면 안 되기에, 조달청은 현재 약 1억5000만장의 마스크를 비축해 두고 있다. 비상 수요 발생 시 이 물량을 적기에 공급할 것이다. 앞으로도 국민이 보건·안전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관련 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계속 노력하겠다."
"조달사업 조기 집행으로 경제 회복 지원할 것"
마스크 수급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조달청은 민간과 정부 사이 가교 구실을 하는 기관이다. 공공 구매력을 바탕으로 일반 경제주체가 생산한 물자를 사들임으로써 곳곳에 돈이 돌게 하고, 혁신 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구실도 한다. 김 청장은 "과거엔 조달청을 정부에서 쓰는 컴퓨터나 볼펜을 사는 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시각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며 "미국과 유럽 각국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은 경제성장, 혁신 기술 육성,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공공조달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김 청장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펴고 있나.
"올해 우리 경제의 주된 관심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많은 국민 삶이 여전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달청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재정이 시장에 신속하게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상반기 조달사업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4조 원 이상 많은 32조2000억 원 상당의 조달사업을 상반기에 집행한다. 또 혁신조달을 늘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할 생각이다."
- 혁신조달이 뭔가.
"아직 시중에서 널리 판매되지 않거나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혁신적 제품을 공공기관이 먼저 구매해 상품화될 수 있게 지원하고, 나아가 기술혁신을 견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이런 부문에 투자하면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자본 부족 등의 이유로 성장이 어려웠던 중소벤처기업들이 내실을 다지게 된다. 나아가 국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조달청은 지난해 293억 원 규모이던 혁신조달 사업 예산을 올해 445억 원으로 확대하고, 혁신제품 발굴도 전년 345개에서 800개 이상으로 대폭 늘려 좀 더 많은 혁신기업에 시장 진출의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또 시장의 혁신 수요 아이디어에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과 기술·창업 전문가가 직접 혁신제품 발굴에 나서는 '스카우터' 제도 등을 새로 도입, 혁신제품 발굴에 국민과 기업까지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나아가 조달청이 앞장서 민간의 혁신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공공기관의 수요를 창출해 서로 연결해 주는 일에도 적극 나서려 한다."
"세계를 선도할 혁신제품 발굴·판로 확대 지원"
"㈜웃샘의 '환자 이송용 음압캐리어'가 떠오른다. 음압캐리어는 감염병 환자나 감염의심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데 쓰는 응급의료 장비다. 격리와 운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차단한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인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국내 119 구급차 규격에 맞게 이를 만들어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면서 판로를 개척했다. 지난해 K방역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면서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몽골 등 해외 수출도 시작됐다."
- 혁신제품이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까지 진출하게 된 건 의미 있는 일로 보인다.
"혁신제품을 공공조달하면, 해외에서는 우리 정부가 해당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국제 경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조달시장에 진출할 때 의미가 크다. 세계 조달시장은 2018년 기준 10조3000억달러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크다. 반면 우리 기업 참여 비율은 현재 1% 내외로 다소 저조한 수준이다. 각종 법령과 제도에 가로막히고, 자국 기업 우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도 있어서다. 이를 해결하는 데는 정부기관 지원이 필수적이다.
조달청은 국내 조달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이 검증된 기업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매년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G-PASS·Government Performanca ASSured)'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G-PASS 기업 수 및 수출실적은 2013년 95개사 1억3000만 달러에서 2020년 832개서 7억4000만 달러로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앞으로도 조달청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판로 확보를 지원해 혁신 기술 연구개발을 유인하고, 우리 경제 전반에 활력이 높아지도록 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유행 영향으로 방역·의료 제품에 대한 긴급 조달과 비축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7억8000만 원을 투입해 K방역 분야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그 외에 다른 계획이 있나.
"2002년부터 사용해 온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 전면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조달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3조원에 이른다. 지난 20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시스템 노후화로 각종 장애가 발생하고 검색 환경에 불편을 느끼는 이용자가 적잖았다. 이를 개선하고자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사용자 중심 차세대 나라장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해 모든 조달 업무를 비대면으로 종이 서류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디지털 퍼스트' 조달정책도 추진한다. 향후 현재 26개 공공기관이 자체 운영하는 조달 시스템을 차세대 나라장터 시스템에 통합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조달 기업의 불편함도 해소해 나가겠다."
-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공조달에 대해서도 강조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 가격 경쟁 중심의 입·낙찰 제도를 기술·품질 중심으로 전환하고, 계약가격을 좀 더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겠다. 여성 및 장애인 기업,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한 지원도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 재정의 온기가 중소기업·하청기업 및 근로자에게까지 고루 전달되도록 '대·중소기업 협력프로그램' '하도급지킴이' 등 상생·협력 제도를 확대해 나가겠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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