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방치 말고 경영, 벌채 말고 수확..숲의 가치, 정말 누리려면? (상)
"기후변화는 심각한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지 십수년을 넘어 수십년으로 표현해야 할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동안 우리가 해마다 내뿜은 온실가스의 양은 늘어만 갔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없었다는 뜻이겠죠. 한 번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남아있는 시간은 수백년. 쌓이고 쌓이는 이산화탄소에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높아져만 갑니다. 이제는 그저 배출량을 줄이는 것으론 택도 없는 지경이 되었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 포집까지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관심이 나무, 숲으로 모아지고 있는 배경입니다.
#어깨가_무거워진_산림
지난 연말, 우리나라는 마감기간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UN에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1억 73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죠. 이 1억 7300만톤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요.
감축량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전력이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국외/산림〉의 비중입니다. 보통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을 이야기할 때에 1순위로 에너지를, 2순위로 수송을 이야기하곤 하죠. 그런데 자동차를 비롯한 '탈 것'에서 줄이는 양보다 산림에서 줄이는 양이 더 많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로는, 전력에서 6천만톤, 국외/산림에서 3870만톤, 수송에서 2700만톤입니다. 산림의 역할이 '탈 것'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의 감축보다 더 큰겁니다. 산업에서의 감축량은 1900만톤. 국외/산림의 감축량은 이것의 배를 넘을 정도입니다. 항목 이름은 국외/산림이지만, 우리나라가 해외 석탄 투자를 끊지 않는 한 결국 이 몫은 오롯이 '산림'의 몫일 테고요.
#목표와_달리_녹록지_않은_현실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량을 산정할 때에 이 산림의 능력도 포함시키면서 나무의 가치는 다시금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예 탄소배출/저감 항목에 LULUCF(Land Use, Land-Use Change and Forestry, 토지이용, 토지이용 변경과 임업)라는 이름으로 들어갈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만큼, 일견 다른 나라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어보이곤 합니다.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나무와 산, 이 산림으로 인한 온실가스 흡수에 있어서는 잠재력이 클 수 있는 거죠. 인간이 저질러 놓은 문제인데 책임은 자연에 떠넘기는 것인가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국토 대부분이 산이라고 해서 그 산과 나무들에 탄소흡수원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산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입니다. 우리나라의 숲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그로인해 우려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우리가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생장과 함께 늘어나고 줄어듭니다. 1~10살까지를 '1영급', 11~20살은 '2영급', 21~30살은 '3영급', 31~40살은 '4영급'… 나무의 나이를 이렇게 10살 단위로 끊어서 '영급'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그런데, 3영급까지 꾸준히 늘어나던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4영급에 접어들면서 다시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림 대부분은 이미 탄소흡수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4영급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 산림 가운데 69%가 4영급 이상인거죠.
산림청은 5년마다 '산림기본통계'라는 것을 발표합니다. 여기엔 지역별, 영급별 얼마나 많은 산림이 분포되어있는지 상세한 수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길을 나서면서 "산이다!", "숲이다!" 스쳐지나갈 뿐이지만 다행히 이를 상세히 기록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이면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최신의 데이터는 2015년의 값입니다. 2020년 기준의 통계는 올해 가을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 산림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울산과 서울, 대전, 인천 4곳은 4영급 이상의 비율이 80%를 넘습니다. 부산과 대구, 강원, 경남, 경북, 경기에선 70% 넘는 산림이 4영급 이상이었습니다. 전국에서 4영급 이상의 비중이 가장 적은 제주조차 그 비중은 53.4%에 달했습니다.
오는 가을, 2020년 기준 산림기본통계가 발표되기 전까지 가장 '최신'의 통계로 볼 수 있는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항공촬영과 GIS(지리정보시스템)를 활용한 '수치임상도'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수치임상도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산림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국내 산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보였습니다.
지도에서 초록색 또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부분은 우리나라의 산림입니다. 얼핏 보기엔 녹색이 만연한 지도에 안도감이 들지 모르겠지만, 이 초록색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4영급 이상'인 곳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위성지도에서 볼 수 있는 녹음의 대부분이 4영급 이상인 겁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국 산림 가운데 4영급 이상의 면적은 79.8%. 특히, 서울과 울산, 인천의 경우 4영급 이상 산림의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80% 넘는 면적이 4영급 이상으로 뒤덮인 곳도 8곳에 달합니다. 4영급 이상의 비중이 제일 적어 그나마 '젊은 산림'에 속하는 곳도 그 비중이 무려 68.4%에 달합니다.
이처럼 전국에 걸쳐, 말 그대로 '노령화 현상'은 심각한 상태입니다. 단순히 현재 시점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노령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주로 탄소흡수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기점인 4영급과 그 이상의 비중을 살펴보며 이야기했다면, 지금부터는 6영급(51~60살)과 그 이상을 알아보겠습니다.
나무가 50대에 접어들면 10살 때보다도 탄소흡수를 못 하는 수준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6영급 또는 그 이상의 나무들의 비중은 어떻게 될지. 사람으로 치면 연령분포에 해당하는 '임령분포' 전망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표는 앞으로 우리의 산림이 어떤 영급에 접어들지를 전망한 내용입니다. 6영급 이상의 나이든 산림은 현재 약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나무의 비중은 10년만에 30%로 늘어납니다. 2035년이면 그 비중이 절반을 넘고, 2040년이 지나면 70%가 6영급 이상인 상황에 직면합니다. 당연히 산림의 탄소흡수량 역시 급감하고요.
2018년 기준, 4600만톤에 달하는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앞으로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기만 거듭합니다. 2030년엔 2400만톤으로 한 차례 반토막이 나고, 2050년엔 1400만톤으로 또 다시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유지만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산림의 탄소 흡수량이 가파르게 줄어드는 것이죠.
그저 손 놓고 '어쩔 수 없다'며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요.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지, 다음주 연재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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