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오브제, 솔직한 뇌파동의 기록" Lowqual Theta의 초대
예술은 삶 속에 공존, 작품통해 영감·에너지 전달
상반된 오브제 배치, 무의식 속의 메시지는?
간판 하나 달려 있지 않은 어두운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파란 네온사인이 라운지 음악의 파동에 따라 춤춘다.
디제잉이 더 어울릴법한 공간이지만, 놀랍게도 스페셜티 커피가 종류별로 나열돼 있다.
산미가 있는 콰테말라 원두를 골라 다시 2층으로 올라가니 기다란 교회 의자가 늘어져 있다.
어두운 공간 속. 조명이 비추고 있는 것은 그림 몇 점들.
바닥엔 교회 의자가, 벽엔 여러가지 오브제를 주제로 그린 그림, 공간은 리드미컬한 템포의 음악이 채운다.
지하에서 커피 주문부터 2층 커피를 마시는 공간까지, 아이러니 그 자체다.
당연한 '인식'의 뒤집음, 원래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라는 공간에 오니 묘한 해방감이 느껴진다.
어쩌면 구원은 어느 공간이나, 행위가 아닌 스스로를 놓아주는 '해방'에서 온다는 생각이, 머릿속 어떤 무의식을 건드린다.
작가의 이름을 번역하면 '저급한 뇌파동'
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창의적 활동이나 반수면 상태에서 오는 편안함이 좋아 활동명을 지었다고 설명한다.
편하고, 재밌는 것에서 '진짜'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는 뇌 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뇌파 중 4~7 Hz의 Theta wave 는 창의적 활동 혹은 반수면상태, 감정, 내면화를 대표하죠. 제가 그림을 그릴 때 그 뇌파가 나오지 않을까? 상상했어요. Lowqual 즉, 스스로 저급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색의 깊이기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편하고, 재밌는 것, 무의식, 그곳에서 솔직한 것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의 작품은 여러가지 어울리지 않은 주제가 아무렇지 않은 듯 나열돼 있다.
토스트기에 사람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각 튀어나온다.
각각 색깔은 강렬한 보색으로 긴장감을 높였다가 결국 배경은 명도 높은 노랑과 분홍으로 피식 웃음이 나오게 모든 것을 수렴한다.
해골 연작도 죽음의 무거움을 걷어내고, 경쾌함을 담았다.
"예술은 우리 삶에 공존한다고 믿어요. 제 그림을 보시고 어떤 영감과 에너지를 얻었으면 합니다. 공감을 주는 그림보다는 사람의 관점 위주가 우선이 되는 그런 작품으로 전시를 했습니다."
우주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어둠을 배경으로 흰 새 두마리가 역동적으로 날갯짓한다.
아득한 아래는 작은 지구도 보이고, 그 옆에는 핵폭탄으로 추정되는 것이 아래로 향한다.
'The things people love' 제목의 작품 속 장면이다.
이질적인 것들이 어깨를 겯고 하나의 주제를 얘기한다. 이해하려 하지 마라, 그게 작가의 의도니까.
"저는 서로 다른 오브제를 작품에 배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무의식이 의식을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만의 의식, 세계관을 만들고, 다른 사람은 직감, 즉 무의식으로 다시 그 무엇을 느끼는 것이 이번 전시의 정서입니다. 이 과정에는 자신만 존재하는 것이죠."
새, 고릴라, 낙타, 악어까지. 그의 작품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현대 사회가 과학적인 중심이 된 지금도 토테미즘은 여전히 그 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물은 인간과 가깝기도, 멀기도 하죠. 동물들은 재밌는 해석과 상상력이 나오기 충분합니다."
색채도 무채에서 유채까지, 채도, 명도 가릴 것 없이 대비시켜 작가를 규정하는 색감은 없다.
"색채야말로 제 취향의 반영입니다. 그날 기분과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을 따라 선정합니다. 작품속에 저의 하루, 그 다음날, 며칠이 녹아있는 것이죠."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도 관람객은 이미 갖고 있는 자신의 스펙트럼으로 그림이 해석된다.
심연에 침잠해 있는 기억이 떠오르다가 전시 공간 속 음악과 함께 사라지기도, 되레 밖에서 그림을 통해 변주된 기억이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끄적이며 그리던 것이 가장 좋아한 일이 됐다고 했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다니다 중퇴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여행을 하며 삶을 부분을 채워갔다.
"아무런 생산성 없는 망상을 할 때 가장 큰 영감을 받습니다. 어떤 문제를 두고 제게 해석하라고 하면 저는 아마 딴짓을 하겠죠. 그 멍한 빈 것을 통해 작품활동이 계속 진행되면 또 전시를 열고. 그렇게 계속 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전시장보다는 길거리나 고속도로 휴게소 트럭. 그런 뜬금없는 곳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 지금이 계획입니다."
어쩌면 '베르크'에 전시된 작품은, 누구나 흠모하는 자유로운 삶의 궤적이 아닐까.
Artist Lowqual theta 개인전/ 부산진구 '베르크 로스터스' 4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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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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