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바이크]<118>인디언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 시승기
부드러운 저회전 주행감에 시내주행도 OK
두유바이크 백만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크고 높은 바이크를 좀 무서워합니다. 낯선 바이크를 시승할 때는 얼마나 탈 만한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시트에 앉아서 핸들바를 좌우로 흔들어보고, 앉은 채로 바이크를 앞뒤로 끌어보기도 합니다. 시트고와 무게감이 괜찮다 싶으면 한결 느긋한 기분으로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달리 푸근한 바이크들을 몇 만났었습니다. 2016년에 타본 할리데이비슨 다이나 로우라이더(시승기 클릭)가 대표적이었죠. 300kg에 달하는 무게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정말 편안했던 바이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푸근한 바이크 리스트’에 이제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바이크는 겉보기에 우락부락은 아닙니다. 무게 244kg로 가볍진 않지만 시트고가 645cm로 무지하게 낮으니까 편안함이 보장된 사이즈입니다.
다만 문제는 포지션.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는 기존 ‘스카우트 바버’와 달리 벌 서는 핸들···아니 에이프 행어 핸들이 달려 있습니다. 풋페그(발받침)도 다소 앞쪽에 자리잡았구요. 손발을 쭉 뻗고 타는 바이크입니다. 이걸 덩치 큰 분이 타신다면 여유로워 보이겠지만 저는 잘못하면 정말 벌 서야 됩니다.
일단 자리를 잡아봅니다. 낮아서 너무 좋습니다. 앞뒤로 좌우로 움직여봐도 가볍고 상쾌한 느낌입니다. 시트고 높고 무거운 바이크는 주차할 때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는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팔과 다리를 다 뻗는 포지션은 아무래도 처음에는 불편합니다. 특히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갈 곳을 못 찾아 허우적거리는 저의 다리를 아무도 못 봤길 바랄 따름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 한 시간쯤 지나면 손발이 제자리를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팔을 뻗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핸들바에 걸치고 기대어 간다는 느낌으로 주행하기 시작하면 세상 편하더군요. 핸들바가 더 낮은 바버였다면 아무래도 무게가 팔로 쏠리면서 좀 더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클러치는 아메리칸 크루저답게 꽤 빡빡합니다. 시내주행에선 조금 손아귀가 아팠습니다만, 나중에는 노클러치 변속으로 편하게 달렸습니다. 고동감은 할리 오너가 아닌 제 입장에선 딱 적당한 정도였습니다.
포지션도 이제 익숙해졌는데,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는 제 엉덩이가 저를 애타게 부릅니다.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에는 ‘플로팅 솔로 새들 시트’라고, 소위 말안장이라고 부르는 얇은 시트가 장착돼 있습니다. 도로의 요철을 아주 섬세하게 느낄 수 있죠. 게다가 서스펜션이 단단해서 더 그렇습니다. 오너분들이 제일 많이 커스텀하는 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엉덩이에 더 살집이 있으신 분들은 저보다 나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바이크로 속초는 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날의 시승 코스는 가까운 양평. 서울을 벗어나 속도를 내자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의 숨겨진 면이 드러납니다. 서울을 빠져나오는 길에선 저rpm으로 부드러운 주행감을 느끼며 왔습니다. 그런데 양평에 진입해 4, 5단에서 rpm을 높이자 서서히 터프한 고동감이 우세해집니다. 여전히 기운도 넘칩니다. 으르렁거리는 바이크에 라이더도 더 신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100마력과 9.98kg·m(6,0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1,133cc 수랭 V트윈 엔진은 언제든 라이더가 원하는 만큼 힘을 내 줍니다.
민첩한 핸들링까지 더해지다 보니, 이걸로 와인딩 코스를 달리면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은 시트고 때문에 바이크를 기울이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와인딩이 상당히 재미질 걸로 기대되더군요. 실제로 남한강 남쪽의 완만한 곡선길에서 살짝이나마 간은 볼 수 있었습니다.
제동은 ‘칼제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에 쏘면서 타는 바이크도 아니고, 크루징을 즐기다 필요할 때 묵직하게 잡아주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스카우트의 스피릿(궁금하시면 두유바이크 115회 클릭)을 담은 기종입니다. 인디언 스카우트를 바버 스타일(짧은 앞뒤 펜더, 싱글 시트 등)로 바꾼 모델이 스카우트 바버, 스카우트 100주년을 기념해 등장한 오마주 모델이 인디언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입니다. 바버와 바버 트웬티의 차이는 요걸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시승을 마치고 다시 제 울프125로 바꿔탔더니 너무나 쟈그맣고 귀엽게 느껴지더군요. 그동안 저를 기다려주신 두유바이크 백만 독자님(거듭 강조)들께 감사드리며, 금방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본격적인 라이딩 시즌, 모두의 안라무복을 빌겠습니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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