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인'으로 끝난 김태현의 '스토킹'..죗값은 10만원

정한결 기자 2021. 4. 1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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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세모녀 살인사건'이 스토킹 범죄로 규정됐지만 피의자 김태현(25)의 스토킹 혐의에 대한 처벌은 범칙금 최대 10만원 수준에 그친다. 관련 처벌법이 국회에서 첫 발의 후 20여년 간 계류되는 등 한국 사회가 스토킹에 무심하면서 결국 살인까지 이른 범죄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끝내 살인으로 이어진 '스토킹'…죗값은 10만원
앞서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9일 "김태현이 큰 딸 A씨를 스토킹했다고 판단하고 살인 및 절도, 특수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중 스토킹 관련 혐의는 경범죄처벌법위반(지속적 괴롭힘)으로, 그 처벌은 10만원 이하의 범칙금 수준이다. 2013년부터 스토킹이 범죄로 처벌받기 시작했지만 단순히 쫓아다니는 행위는 경범죄에 분류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스토킹처벌법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돼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난전화·무전취식·호객행위와 같은 처벌 수준이며, 범칙금 20만원 이하인 암표매매와 거짓광고보다 수위가 낮다. 피해자가 스토킹 거절의사를 표현하지 없으면 범칙금조차 부과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세모녀 사건'처럼 특수 주거침입에 협박, 끝내 살인 등의 범죄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시작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은 경미한 셈이다.

제도적 방치 속에 스토킹 범죄는 매년 증가해 2019년 583건이 검거되면서 처벌 받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이 발생하지만 그 중 한 건만 처벌되는 상황이다.
자구책 찾아 나선 시민들…스토킹처벌법 9월 시행되지만 '반쪽짜리' 비판
불안한 시민들은 자구책을 찾아나섰다. 특히 김태현이 피해자 SNS 사진 속 택배 송장으로 거주지를 파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택배 개인정보 안전 처리 방법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된 상황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알코올·향수·물파스 등을 뿌려 송장 글씨를 지우는 방법을 비롯해 파쇄기 구매 후기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송장을 알아볼 수 없도록 검은색 딱풀과 롤링 스탬프를 추천하는 글도 올라왔다.

택배 수신인을 남성 가명으로 기입하거나 유사시 남성이 녹음한 음성 경고 메시지를 틀어놓는 방법도 있다. 1인 여성 가구를 표적으로 삼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2019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던 사건을 시작으로 확산됐다.

국회는 '세모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스토킹처벌법을 통과시켰다. 9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안은 스토킹범죄 가해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찰은 피해자·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 통신이용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첫 발의 후 20여년 만에 통과됐지만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묻지 않는) 조항이 유지되면서 반쪽짜리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변호사)는 "피해자가 합의해주면 처벌을 안한다는 의미로, 이는 성범죄에서 반의사불벌죄를 제거한 기존 취지와 반대된다"면서 "가해자가 합의해줄 때까지 피해자를 쫓아다니고 연락하는 행태가 스토킹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가 스토킹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없는데다가 경찰이 하더라도 너무 오래 걸린다는 분석이다. 장 이사는 "법원을 통하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실무를 맡은 경찰이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장 이사는 스토킹에 대해 "제도적 방치"라면서 '10번 찍어서 안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처럼 한국 사회는 스토킹을 연인 관계 등에 있을 수 있는, 용인 가능한 행위로 치부했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스토킹이 범죄의 징표가 되면서 입법이 되긴 했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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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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