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를 너무 부풀리지 마라, 우린 강대국들과 살아야 한다" [책에서 만난 문장]

김용출 입력 2021. 4. 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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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요구를 너무 부풀리지 않는다면, 세계를 정복했다고 우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동안의 수고를 보상해줄 평화를 얻을 거요. 하지만 우리가 너무 빨리 취했다가는 쓰라림을 맛보게 될 거요. 나는 지금 넘쳐나는 와인에 물을 붓고, 우리가 유럽에서 홀로 사는 게 아니라, 우리를 미워하고 질시하는 세 강대국들과 더불어 살아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줘야 하는 달갑지 않는 과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에버하르트 콜브, Otto Von Bismarck.; 김희상 옮김, 2021, [지금, 비스마르크], 서울: 메디치미디어, 143쪽.

흔히 '철혈재상'으로 알려져 있는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이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던 19세기 후반 총리를 맡아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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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요구를 너무 부풀리지 않는다면, 세계를 정복했다고 우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동안의 수고를 보상해줄 평화를 얻을 거요. 하지만 우리가 너무 빨리 취했다가는 쓰라림을 맛보게 될 거요. 나는 지금 넘쳐나는 와인에 물을 붓고, 우리가 유럽에서 홀로 사는 게 아니라, 우리를 미워하고 질시하는 세 강대국들과 더불어 살아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줘야 하는 달갑지 않는 과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에버하르트 콜브, Otto Von Bismarck.; 김희상 옮김, 2021, [지금, 비스마르크], 서울: 메디치미디어, 143쪽.
흔히 ‘철혈재상’으로 알려져 있는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이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던 19세기 후반 총리를 맡아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합니다. 마치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적인 강대국이 둘러싼 가운데 남과 북의 통일을 추진해야 하는 우리네 환경과 비슷한 상황에서 말이죠.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매우 어려운 대독일 통일이 아니라 북부 독일만이라도 통합하는, 현실적인 소독일 통일을 지향했다는 점과 상황과 여건에 따른 유연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이어가되 주변 강대국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속전속결로 추진한 점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말은 바로 비스마르크가 주변 강대국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전속결의 의지를 집약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 및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국익과 독일 통일을 위해 최대한 전쟁을 빨리 종결시켜 주변 강대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려 했지요. 협상에서도 독일 통일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나머지 부문은 타협을 마다하지 않았고요.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지요.

비스마르크의 탁월함은 독일 통일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즉 통일 뒤에는 전쟁보다 외교적 방법으로 세력균형을 추구하면서 평화의 중재자 면모를 보여주지요. 이를 통해 20년간 유럽 평화를 지켜내는데, 이는 독일 통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었습니다. 극단적인 ‘예방전쟁’의 전략을 취하지 않으면서도 평화 역시 쉽게 오지 않는다며 강력한 부국강병을 펼쳐가지요. 극단적인 ‘예방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부국강병이라는 중용, 균형전략을 택한 셈이지요.
“나중에 불가피해지지 않을까 해서 치르는 전쟁, 나중에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해서 치르는 전쟁은 나와는 거리가 먼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언제나 철저히 거부해왔다...전쟁이 쉬워 보일 때 커지며, 전쟁이 어려워 보인다면 사라진다. 우리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만큼 더 전쟁은 일어나기 어렵다. 언제라도 전쟁할 각오를 보일 때 우리는 평화를 지킨다. 칼을 뽑을 수 있게 칼집을 풀어둔 사람에게 공격은 쉽지 않다. 벽에 확실하게 걸어둔 연습용 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182쪽)

병행 또는 균형정책을 견지하려는 그의 말들은 특정 의도를 가진 이들의 편의대로 자주 인용되곤 하지요. 예를 들면 대외 강경론자들은 윗글 가운데 “칼을 뽑을 수 있게 칼집을 풀어둔 사람에게 공격은 쉽지 않다. 벽에 확실하게 걸어둔 연습용 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는 구절만 적극 강조하지요(웃음).

비스마르크는 독일의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 근대화를 추구하는 한편 정통 보수주의자임에도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장기적으로 나라를 허무는 것이라며 복지 국가와 대중교육 체제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식견이자 지도자였지요. 물론 자신의 정치적 적대자인 사회민주주의자와 가톨릭 세력에 대해선 때론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탄압한 어두운 부문 역시 존재했고요.

독일의 역사학자 에버하르트 콜브의 책 [지금, 비스마르크]는 비스마르크가 대외관계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집요하게 추구했고, 정통 보수주의자였지만 ‘이데올로기 병’에 빠지지 않고 민생과 현실 문제에선 매우 유연하고 합리적인 실용주의자였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아직도 첩첩산중인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비스마르크는 언제 올까요.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지요, 혹시 당신이.(2021.4.12)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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