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역사부정 실체]② 日-美-韓 역사수정주의 단체..'밀어주고 끌어주고'

안양봉 2021. 4.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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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역사전쟁에서 승리했다. 이제는 주 전쟁터 미국, 그리고 한국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지난 30년간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발언이다.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금 일본에선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지배 '책임'을 처음 언급한 고노 담화, 종전 50주년을 즈음해 일어났던 성찰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현 스가 요시히데 내각 역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일본-미국-한국의 역사수정주의 단체는 어떻게 협력할까?

■ 日-韓 '역사 교과서 흔들기'

고노 담화(1993년), 무라야마 담화(1995년)에도 꿈틀거리지 않던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이 반격을 시작한 것은 1997년이다.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역사 교과서가 발단됐다.

1997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출범한다. 의회에도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이 설립됐다. 그 중심에 아베 신조가 있었다. <새역모>가 만든 교과서는 일제 식민지시기를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일제의 아시아 침략전쟁을 '아시아 해방전쟁' 또는 '자위전쟁'으로 미화하거나 왜곡한다.

일본 고등학생이 배우게 될 역사교과서 12종 중 '위안부 강제성'을 언급한 책은 단 1종뿐이다.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자신감이 헛된 과장이 아니다.

'교과서 흔들기'는 8년 뒤 한국에서도 일어난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교수 등이 2005년 1월 참여한 '교과서 포럼'을 잇는 뉴라이트 학자들이 2013년에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가 국사편찬위원회(유영익 위원장) 검정을 통과하며 절정에 달한다.


성공회대 강성현 교수는 "한국과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이 공통으로 삼은 목표는 반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영훈은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으로 '종북'에 더해 '반일', 그것도 '우리 안의 반일'을 종족주의라고 비난한다.

강 교수는 "사실의 진위와 상관없이 신념이나 감정으로 여론을 만드는, 무기화된 그들의 거짓말은 탈진실(post truth)"이라고 평가했다.

■ 日-美-韓 역사수정주의 단체 '밀어주고, 끌어주고'

일본을 평정한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이 몰려간 곳은 주 전쟁터 미국이다. 소녀상 철거 운동을 본격화했고, UN 등 국제무대로 전쟁터를 확장했다.

<위안부의 진실 국민운동(2013년)>, 미국에서 출범한 <역사의 진실을 묻는 세계연합회(GAHT, 2014년)> <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 부회장 야마모토 유미코가 주도한 <나데시코 액션(2011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는 미국에서 소녀상 철거 소송을 벌이고, UN에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세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미국 유력인사들에게 영어 번역판 역사수정주의 책을 발송하는 것도 주요 활동이다.

2019년 <반일 종족주의>가 출판되면서 한국 단체들과 협력도 활발하다.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 낙성대 경제연구소 이우연 연구원은 2019년 7월 2일 UN 인권이사회에서 '일제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다. 이 자리를 주선하고 금전적으로 지원한 인물이 역사 부정론자 미국인 유튜버 '텍사스 대디'의 <일본 사무국> 국장 후지키 슌이치다.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에서 출판돼 40만 권 넘게 팔렸다. 마찬가지로 일본 역사수정주의 책도 한국에서 출판됐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비판한 <날조한, 징용공 없는 징용공 문제(니시오카 쓰토무, 2020)>라는 책이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다름 아닌 이우연이다. 그리고 책을 낸 출판사는 우파 미디어를 표방하는 '미디어 워치' 계열 '미디어 실크'다. 이 책 광고는 지금도 '미디어 워치'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이 책도 한국의 연구자, 기자 등에게 사유 없이 대량 발송됐다고 한다.


■ 日-韓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램지어' 구하기

램지어 논문이 알려지자 일본에서 첫 지지 성명을 낸 사람이 이 책 저자인 니시오카 쓰토무다. 논문 출간에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니시오카 성명이 나오고 사흘 뒤인 2월 9일, 이영훈, 류석춘, 이우연 등 한국 측 인사들도 공동 성명을 낸다. 램지어 논문이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는 주장이었다. 국제학계, 특히 일본사 연구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한국의 역사수정주의 단체는 본격적인 램지어 구하기에 나선다.

이우연은 일본 산케이 신문사 계열 <재팬 포워드>에 램지어 논문 옹호 글을 기고한다.

<이승만 TV>의 주익종은 유튜브에 '고명하신 미국 교수님들의 램지어 비판을 살펴보니' 등의 강의 영상을 올린다. 공교롭게도 이 유튜브 영상은 일본어 자막을 단 것이 한국어 영상보다 최고 4배 정도 조회 수가 많다. 아시다시피 조회 수는 유튜버 수익과 비례한다.


■ 역사수정주의 이념적 동일성…. 반일(反日)은 곧 '좌파, 종북, 친중'

'자학사관'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단체 <새역모>가 중학교 역사교과서 7종 모두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술한 것을 비난하면서 만든 개념이다. 아베는 근현대 교육에서 일본인은 자자손손 사죄하는 것이 운명이 된 죄인처럼 다루어진다고 비판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도 정통한 일본 전문가인 일본계 호주인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저서 <바다를 건너간 위안부>에서 일본의 젊은 세대는 윗세대가 행해온 여러 악행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답하면서도 "그 악행을 은폐하고, 풍화시키고, 날조하는 과정에 관여하거나 혹은 그 과정을 묵인한다면 거기에 책임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이것을 '연루(連累, implic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일본 극우가 쓰는 용어인 '자학사관'은 한국에서도 등장한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를 부국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는 한국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은 2004년 당시 노무현 정부의 '자학사관'과 전쟁을 선포한다며 실체를 드러냈다.

강성현 교수는 "韓日 역사수정주의자들은 각각 근현대사에서 극우/파시즘/독재정치로 인한 잘못을 반성하는 역사인식을 '자학사관'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속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반일(反日)은 곧 '좌파' '종북' '친중'이라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역사수정주의자들에게는 혐한, 혐북, 혐중 감정이 공통으로 깊이 배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역사수정주의 핵심 단체 <역사인식문제연구회> 부회장인 미국인 제이슨 모건 교수(레이타쿠 대학)는 미국 학계가 좌파에 장악돼 있다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정의의 편이었다"고 주장한다.

제이슨 모건의 이 주장이 과연 그 혼자만의 목소리일까?

안양봉 기자 (bee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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