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아래 모인 세 가족 다가구주택

매거진 2021. 4.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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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자리한 보금자리

여러 모습을 품은 달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해낸 집에서 세 가족이 저마다의 행복을 키워나가고 있다.



‘공방과 고양이, 그리고 가족.’

건축주인 김보람 씨가 평생을 아파트에서 살아왔으면서도 주택이라는 쉽지 않은 대역사를 결심하게 된 소중한 세 가지 보물이자 이유였다.

모델리스트이자 패션 디자이너였던 그녀가 인생의 경로를 벗어나 새롭게 찾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길인 창작 작업들을 영위하는데 아파트는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이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는 이웃과 서로 상처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그녀에게는 눈 앞의 작업에만 오롯이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방이 하나 필요했다.

SECTION ① 홀 ② 현관 ③ 거실 ④ 주방 ⑤ 보조주방 ⑥ 안방 ⑦ 다용도실 ⑧ 침실 ⑨ 욕실 ⑩ 드레스룸 ⑪ 테라스 ⑫ 다락 ⑬ 옥상


주택 후면의 공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1층 주방 겸 식당. 반달 형태의 창문도 ‘달’의 이미지를 녹여낸 부분 중 하나다.


마당을 누리기 어려운 대신 틈틈이 테라스 등을 만들어 외부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5년을 함께 해온 반려묘 호두. 그리고 그에 이어 콩이를 새로 가족으로 맞아들이는 가운데, 두 고양이와 남편에게 조금 더 공간적인 여유도 확보해주고 싶었다. 고양이가 노닐 공간과 함께,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비염으로 고생하면서도 두 고양이에게 오래 이어 온 배려에 대해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여기에, 그간 여러모로 힘들 때마다 옆에서 도와주고 애써주셨던 부모님과 오빠네 가족까지. 이상이 ‘달아래 세 가족 집’이 출발하게 된 세 가지 이정표였다.

주택이 지어지게 된 입지는 앞쪽으로는 도로에 면해 있는 볕 좋은 남향이었고, 뒤쪽으로는 북향이긴 하지만, 푸름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과 닿아 있었다. 이곳에서 보람 씨가 해담건축사사무소의 안태만 소장에게 전한 바람은 “세 세대가 모두 남향의 햇빛을 받을 수 있고, 또 모두 공원 전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수직적인 선이 오가는 주택 들 속에서 곡선은 부드러움과 함께 이 주택의 정체성을 돋보이게 한다. / 시간에 따라 독특한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주택의 곡선


다락은 별도로 두되 마당은 함께 공유해 보다 널찍하게 쓰고 있다.

안 소장은 부모님 세대를 도로로부터의 프라이버시와 채광, 공원 접근성을 고려해 먼저 1층에 앉히고, 나머지 두 세대를 2층과 3층에 걸쳐 복층으로 구성했다. 복층으로 구성하되, 2층과 3층, 다락에서 각각 90°씩 꺾어 분배해 단순한 수직·수평적이지 않은 입체 구성을 완성시켰다. 이를 위해 “사뭇 복잡해지는 배관의 흐름과 이동경로, 구조와 골조 해석 등 시공팀에 일일이 알리고 논의하며 진행해야 했다”는 안 소장은 “지난 6개월간 단독주택 3채를 동시에 진행하는 기분”이었다고.

주택은 보람 씨의 공방 브랜드인 ‘달아래’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테라스와 창문 등 외관과 실내 곳곳에 초승달, 반달, 보름달의 이미지가 녹아들었다. 결정 과정에서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도 논의되었지만, 보람 씨는 스스로가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전문가의 애정이 담긴 지금의 디자인을 존중했다. 가족을 설득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지금의 결정에 이르렀다고.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파주시  
대지면적 ≫ 269.5m2(81.52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거주인원 ≫ 6명 + 반려묘 2(3가족)  
건축면적 ≫ 154.93m2(46.86평)  |  연면적 ≫ 305.45m2(92.39평)  
건폐율 ≫ 57.49%  |  용적률 ≫ 113.34%  
주차대수 ≫ 4대  
최고높이 ≫ 11.8m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바닥 – 준불연 PF보드 130mm / 외벽 –준불연 저방사단열재 80mm / 지붕 – 경질우레탄스프레이폼 140mm  
외부마감재 ≫ 외벽 –백두세라믹 주황치장벽돌 / 지붕 – 컬러강판 0.7T 돌출이음  
창호재 ≫ 공간시스템창호 AL시스템 고단열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구조설계 ≫ ㈜에스큐브이엔지  
전기기계 ≫ ㈜선인기술단  
시공CM ≫ 해담건축CM  
설계 ≫ ㈜해담건축사사무소 안태만, 송정한


2층 보람 씨 세대의 주방. 차분한 화이트 톤 안에서 가구와 소품으로 색감에 포인트를 줬다.


보람 씨 세대인 3층, 계단 앞에는 고양이를 위한 방이 놓였다. 반쯤 열려있는 목문으로 종종 주택 안을 돌아다닌다고.


보람 씨네와 오빠네 세대 모두 안방은 천장고와 지붕선을 살려 공간감이 느껴진다.


PLAN ① 홀 ② 현관 ③ 거실 ④ 주방 ⑤ 보조주방 ⑥ 안방 ⑦ 다용도실 ⑧ 침실 ⑨ 욕실 ⑩ 드레스룸 ⑪ 테라스 ⑫ 다락 ⑬ 옥상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실크벽지 / 바닥 –LG하우시스 지인 지아마루리얼 페블라이트, 비얀코마블 / 천장 –친환경실크벽지  
욕실 및 주방 타일 ≫ 테라조 타일 등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비앤코㈜ 절수형 양변기, 샤워, 세면수전 / ㈜더죤테크 슈티에 주방수전  
주방 가구 ≫ 리바트  
조명 ≫ 필립스 LED T5  
현관문 ≫ 명품 제이스도어  
중문·방문 ≫ 영림임업㈜

안방 앞에서 바라보는 계단과 복도. 건너편으로 고양이 방이 엿보인다.


천창으로 늘 밝은 다락. 창틀을 윈도우 시트 삼아 햇살을 즐기며 고양이들이 쉬어간다.


보람 씨의 작업실. 일만 하는 갑갑한 공방은 오히려 작업 능률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바깥 경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을 공방으로 삼았다.

실내에는 처음 보람 씨가 그렇게 원했던 고양이방과 작업실이 놓였다. 고양이방에는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준비했다. 작업실은 다른 세대에 방해되지 않도록 방음 시공과 함께 환기에 편의를 주고 공원 뷰로 리프레시할 수 있도록 창을 시원하게 배치했다. 3층의 안방은 주택 층고로 인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높은 층고로 공간감을 부여했고, 다락은 세대마다 따로 뒀지만, 옥상은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DESIGN. 루나 테라스


‘달 아래’라는 키워드는 건축주인 보람 씨가 운영하는 패션 공방의 이름이자, 이 주택의 디자인 모티프가 되었다. 주택의 이곳저곳에는 이 모티프인 달의 여러 모습(보름달, 상현달, 초승달)의 이미지를 녹여냈다. 이런 형태 디자인은 종종 과한 콘셉트로 남아 오히려 주택의 일상적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평면의 입체적이고 독특한 환경 설정으로 콘셉트와 디자인 간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1층의 노출 기둥은 골조의 태생적 흔적을 남겨놓은 건축가의 의도 중 하나다.

주택이 한창 지어지는 와중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장마와 그로 인한 공기 지연과 일부의 착오, 민원, 그리고 건축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쉽지 않은 난관들이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안 소장과 건축주 부부는 즐거운 과정이었노라고 지난 과정을 소회한다.

고양이들이 노는 모습에 요즘 흐뭇함이 늘 가득하다는 보람 씨. 올해는 자신도 주택이 주는 여유를 조금 더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유쾌한 선언으로 집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했다.


건축가 안태만, 송정한 _ 해담건축사사무소 & 해담건축CM 대표


동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로, 현재 ㈜해담건축사사무소, 해담건축CM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원주 루이제빌리지, 용인 연미재, 인제 파우재(2020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창원 플래츠나인(2019 창원시 건축대상제 본상) 외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동국대에서 강의 중이며, 공간기획과 디자인, 시공, 소규모 CM, 자산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건축집단이다. 010-9048-7510│https://blog.naver.com/archiwar


취재_ 신기영  |  사진_ 최진보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4월호 / Vol.266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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