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오현석 "반도체·車가 실적장 주도..코인 이미 비싸다"

강은성 기자 2021. 4. 1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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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 인터뷰]"실적장 탈락 종목 많아..신중한 투자 필요"
"인터넷플랫폼주는 성장주이자 실적주..잔파도는 잊어라"

[편집자주]"팔아야 할까? 더 사야할까? 지금 들고 있는 종목 비중을 조절해야 할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집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걱정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작은 이슈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뉴스1>은 대한민국 증시 분석의 내로라하는 고수, 각 증권사 센터장들을 만나 그들이 생생하게 전하는 투자전략과 조언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기자의 시각이나 언론사의 논점이 아닌, '투자고수' 센터장들의 시각을 최대한 '날 것'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삼성증권 오현석 센터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서초타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작년까진 '돈'이 '돈'을 버는 구조였습니다. '저평가'됐던 주가가 많이 올랐죠. 증시에 유입된 60조원 자금이 주가를 밀어올렸어요. 올해는 다릅니다. 현재 주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적이 나와줘야 합니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에요. 실적이 좋아야 상승한 주가를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작년 같은 주가 급등 사례는 상당부분 줄어들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기업들의 '탈락'(주가 하락)이 나올겁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황·전략' 전문가다. 시장을 빠르게 읽고 투자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그의 특기다.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이다. 그는 답했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올해 장세를 주도할 것입니다."

◇"코스피 상단 3300 수준…실적장세 '더 많은 공부'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국내외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한차례 주식시장을 덮쳤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시장에 풀린 대규모 '자본'(유동성)이 유입되면서 드라마틱한 유동성 장세가 전개됐다. 코로나19발 폭락장에서 1400대까지 곤두박질쳤던 코스피는 올해초 3200선을 돌파하는 급반등장을 연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로 지난 2월과 3월엔 '조정장세'가 이어졌지만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에 대한 신호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오 센터장은 "증시는 유동성장에서 실적장으로 빠르게 전환된 상태"라며 "1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충족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말 급격한 주가 상승의 열매를 거두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적장에선 기업 실적에 따라 주가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이 좋은 기업의 주가는 오르고, 실적이 나쁜 기업의 주가는 내려가니 투자 판단이 쉽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오 센터장은 작년 유동성 장세를 고려할 때 실적장세가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1분기 실적이 좋은 기업은 지난해 오른 주가를 뒷받침하고 추가 상승 여력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낸다면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빠르게 탈락(주가하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번 실적장세에서는 기업의 '호실적'이 주가상승의 호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가를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거품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 센터장은 "작년 하반기에 개인투자자들은 '망하지 않을' 우량 기업 중 저평가된 주식을 찾기만 하면 수십%의 수익을 올리는 유동성 장세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면서 "하지만 실적장세로 돌아서면서 주가의 추가 상승폭도 줄어들고 기업별 편차도 크기 때문에 예상 실적이나 해당 업종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는 등 투자자들이 보다 심도있는 '공부'를 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 센터장이 전망하는 올해 코스피 상단은 3300포인트다. 현재 코스피는 3150선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여기서 150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그는 "이제 강세장 '2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이라면서 "강세장 전체를 100으로 본다면 지난해 유동성 장세에서 70%가 올랐고, 이제 실적장세 강세장이 오면서 나머지 30%가 상승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호실적 전망에 힘입어 코스피가 최대 3400~360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타 리서치센터 분석과 비교할 때 다소 보수적인 전망이다.

오 센터장은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력, 작년 급격한 상승장에 따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적정평가) 하방압력 등이 올해는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작년 만큼의 상승폭은 다시 오기 어렵고, 그나마 우리 기업의 호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에 '방향성'은 상승으로 가지만 소위 '먹을 것'(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센터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서초타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이클' 분명한 반도체·자동차…수출 호조로 '실적대박'

그러나 실적장세에서도 '대박'을 낼 수 있는 종목은 분명히 있다. '잘 골라야 한다'는 의미도 이런 뜻이다.

오 센터장은 명쾌하게 '오를' 업종을 골라냈다. 바로 반도체와 자동차다.

그는 "반도체와 자동차는 '사이클(경기순환)'이 명확한 산업으로 현재 '슈퍼사이클'이 온 상태"라면서 "주가지수에 선행하는 것이 바로 수출실적인데,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3월 16% 증가했고 품목별로는 자동차가 40%, 반도체가 20~25%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해당 기업의 실적에 반영되면서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중에서는 그럼 삼성전자를 살 것인가, SK하이닉스를 살 것인가?

이에 대해 오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도 크지만 무선(휴대폰), 가전 등 타 사업부 실적도 막대해 올해 1분기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과 같은 리스크도 타 사업부 실적으로 커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대신 코스피와 연동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순수 반도체 사업만 하는 기업으로 산업의 사이클을 고스란히 나타내기 때문에 상승 곡선에 제대로 올라탈 수 있지만 산업이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 함께 타격을 받는다는 단점도 있다고 오 센터장은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주도 마찬가지다. 수출 실적이 뒷받침 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이로 인해 주가가 상승 곡선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오 센터장은 실적장세의 '탈락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는 수단으로 개인투자자들은 ETF(상장지수펀드)를 투자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와 기아차 등 모든 종목에 다 직접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업종을 추종하는 ETF를 하게 되면 리스크는 헤지하고 수익은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센터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서초타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플랫폼은 메가트렌드, 구조적 변화로 봐야…코인, 이미 비싸다

올해도 변함없이 호실적과 미래 성장가치가 인정되는 '인터넷-플랫폼주'는 어떨까.

최근엔 조정장세와 금리상승기가 맞물리면서 '성장주와 가치주' 논쟁이 불을 뿜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플랫폼주는 성장주이면서 실적주다.

오 센터장은 "인터넷-플랫폼주는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메가트렌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담보될 것"이라면서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급격한 상승보다는 다소 완만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순환과 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면서 "반도체와 자동차는 경기순환 측면에서 올해 주목받는 업종이지만 인터넷-플랫폼은 산업구조 자체를 바꾸는 업종이기 때문에 리레이팅(가치재평가)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을 경신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잔파동'(급등락)에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급등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오 센터장은 강조했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개당 2000만원대에서 최근 7900만원까지 돌파하면서 경이로운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비트코인 상승세에 힘입어 중소형 암호화폐도 함께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그 변동폭은 매우 커서,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 7일 최고 7942만원에서 최저 6850만원까지 단 하루 동안 1000만원이 움직이기도 했다.

오 센터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답변을 대신 전했다. 그는 "빌게이츠에게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투자를 해야 하느냐?'라고 질문을 했을 때 그는 '머스크(테슬라 창업자)만큼 돈이 많은 사람만 하라'고 답했다"면서 "그 답변인즉,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모든 분야에 투자를 하면서 암호화폐도 본인 입장에서 잃어도 되는 수준의 자산을 투자하고 여유있게 기다리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바꿔 말하면 모든 것을 코인에 올인하고 24시간 거래소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등락에 일희일비하면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사견을 전제로 "현재 코인은 투자자들이 누구나 관심을 갖고 누구나 '그 가격(최고가)'을 알고 들어오는 시장인데, 주식이든 코인이든 이런 장세에서는 추가 상승폭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더구나 주식시장은 기업의 실적이나 천재적인 경영자 등 투자할 근거가 명확하지만 코인은 그런 정보가 주식시장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현 장세에서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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