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조 "인사평가제 부당"..사측에 소송 제기

주성호 기자 2021. 4. 1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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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노조, 지난달 3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민사소송
노조원 22명 '임금청구' 단체소송..사측 "충분한 소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올초 '성과급'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SK하이닉스 노사가 이번엔 사내 인사평가 시스템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SK하이닉스만의 자체 인사 시스템인 '셀프디자인' 제도와 관련해 비전임직인 기술사무직 노조가 불합리함을 주장하며 단체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충분히 소통해왔기에 문제가 없다"면서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달 3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사측을 상대로 임금청구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은 지난 7일 SK하이닉스 측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기술사무직 노조에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소장을 받아본 것은 맞다"면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법정에서 성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SK하이닉스에서 3년 전인 2018년 도입된 인사제도와 관련해 기술사무직 노조가 불합리함을 주장하면서 "제대로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노사 양측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기술사무직 노조원 22명이다. 개인별로 청구 금액은 모두 다르며 총액으로는 약 2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M16 팹 전경. (SK하이닉스 제공)/뉴스1

논란이 된 '셀프디자인(Self-Design)'은 2018년 1월 1일부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에 적용된 새로운 인사평가 시스템이다. 셀프디자인 도입 전에는 전년도 종합평가에 따라 개별 직원들이 고과를 받고, 이를 토대로 연봉을 결정짓는 '업적급'이 정해지는 방식의 인사제도가 운영됐다.

하지만 셀프디자인은 세분화된 조직별 담당 임원이 소속 직원들의 업적급을 임의로 조정해 부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개별 임원들이 소속 부서원들에게 내리는 업적급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으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사무직 노조 측도 소장을 통해 "본인의 고과와 별도로 임원이 임의로 조정한 업적급에 따라 1년간 조정된 업적급을 적용받게 됐다"면서 "객관적인 근거나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노조 측은 이같은 임금체계 변동을 가져오는 취업규칙 변경이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임을 밝히겠다고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 관계자는 "연봉제 급여규칙에서 '단위 조직별 설계에 따라 급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용을 변경한 것은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도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근로자간 유·불리에 따른 이익 충돌을 불러일으킬 경우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돼 근로자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명시돼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하이닉스 분당사무소의 모습/뉴스1 © News1

이를 토대로 노조 측은 "셀프디자인 도입으로 인해 일부 직원들의 급여가 삭감된 것이 명백하다"면서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해 기술사무직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동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셀프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업적급과 제도 도입 이후 업적급의 차액을 미지급 임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게 기술사무직 노조 측의 입장이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셀프디자인 도입에 따른 업적급 삭감으로 체불된 임금의 반환과 취업규칙 변경 동의 절차상 하자에 관한 진정도 접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사측은 "모든 조직들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및 의견 청취를 진행하는 등의 충분한 소통을 거쳐 셀프디자인 기준을 확정했다"면서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올들어 국내 산업계 전반을 강타한 '성과급 논란'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한 성과급 규모가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가 평가 방법 또한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 결국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서며 사측이 성과급 관련 제도까지 뜯어고친 계기가 됐다.

이는 향후 삼성, 현대차, LG 등 다른 제조업 기반 대기업으로 확산됐으며 일부 IT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성원들의 '연봉 인상' 행렬에 동참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선 성과급 논란 당시 비전임직이라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실력행사한 것을 두고 이번 셀프디자인 소송에서도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민사소송에 참여한 노조원 수는 적지만 만약 재판부가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셀프디자인 도입상 불합리함이 인정됐다는 의미라 향후 제도 손질이 불가피할 만큼 파급력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사제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과는 충분한 소통을 진행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구성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인사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M15 팹 전경(SK하이닉스 제공) © News1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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