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쇼크에.. 시험대 오른 '적기(Just In Time) 생산' 방식
도요타가 처음 도입해 글로벌 표준 된 JIT 한계 드러나
폭스바겐 "공급 안정성 위해 부품사와 접촉 확대할 것"
글로벌 자동차 생산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적기(Just In Time·JIT) 생산이 시험대에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세계 차 공장이 일제히 멈춰서면서 부품을 그때그때 조달받아 완성차를 만드는 JIT 생산의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도요타가 처음 도입한 JIT 생산은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시간에 맞춰 납품해 부품 재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생산 방식을 통해 도요타는 효율성을 크게 높였고,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사태 직후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쇼크로 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해당 생산 방식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올해 초 본격화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직격탄을 날렸다. 폭스바겐은 1분기에만 10만대를 감산(減産)했고, GM은 북미 3개 공장을 멈춰 세웠다. 일감이 줄어들면서 아우디 직원 1만여명이 휴직에 들어갔고, 포드·르노·스텔란티스·혼다 역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나마 여파가 덜했던 현대차(005380)마저 지난달부터 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있다.
사실 JIT에 대한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자동차 업체의 공급망은 완전히 붕괴했고, 미·중 무역분쟁, 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수출 규제와 같은 정치적 리스크도 부품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지난달에는 일본 초대형 선박 에버기븐호가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국제 물류 상당량이 차질을 빚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품 공급망의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JIT 생산의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라인의 쇠렌 스코우 CEO는 "코로나 이후 많은 기업이 높은 JIT 의존을 재고하고 있다"며 상당수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수에즈 운하 사건을 계기로 많은 기업이 JIT 생산이 아니라 ‘만일(Just-in case)’의 사태를 대비해 일정 수준의 재고와 예비 자원을 확보하는 생산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도 변수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려면 2만개가 넘는 부품이 필요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1만3000여개로 적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수가 적을뿐 아니라 기계 부품이 아닌 전장 부품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기존 JIT와 다른 생산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글로벌 업체들은 생산 ‘안정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당장 JIT 생산을 포기하진 않겠지만 일부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반도체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핵심 부품사들과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폭스바겐은 "웨이퍼나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우리의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 부품사와 직접적인 접촉을 늘리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BMW 측은 "수천 개의 부품 공급 업체와 그 위치에 대한 꼼꼼한 일일 모니터링은 부품의 안정적이고 유연한 공급을 보장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중단을 아직 경험하지 않은 BMW는 JIT 생산을 유지할 방침이다.
본토에서 자주 발생하는 지진 때문에 여러 차례 부품 공급에 차질을 겪었던 도요타 역시 JIT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도요타는 부품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다지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부품 표준화를 꾸준히 추진하면서 JIT 생산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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