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황제조사'에..공수처, 공정성·기소권·1호수사 '흔들'
"공수처 이미 공정성·중립성 상실했다"
일각에선 김 처장 사퇴 촉구 목소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이 커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김진욱 공수처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타격을 입으면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대한 '우선 공소권'을 주장할 명분도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처장은 황제 조사 논란 직후 내놓은 해명 외에는 지금까지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해명도 허위라는 주장이 나왔고, 시민단체들은 김 처장을 지난 9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 지검장에게 김 처장의 관용차 제네시스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자 "처장의 관용차 외 2호차는 체포피의자 호송용으로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탄 차량은 여운국 차장이 이용하는 차량으로 '호송용'이라는 설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공익신고인은 공수처가 낸 보도자료가 허위라며 김 처장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과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도 김 처장을 같은 취지로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공수처 청사에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이 지검장을 만나 면담했다. 이를 놓고 수사기관장이 피의자를 따로 만난 점, 면담 후 조서(調書)를 남기지 않고 면담 일시·장소·면담자 등만 기록한 문서를 남겨 논란이 일었다. 이 지검장을 면담한 공수처 '342호실'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도 없어 관련 영상을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 공수처 입장이다.
또 이 과정에서 공수처 관용차를 사용해 이 지검장을 청사 출입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이 지검장은 지난달 7일 공수처 근처에서 김 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로 옮겨타고 약 1시간 20분 뒤 다시 같은 자리에서 내려 앞서 타고왔던 차량에 옮겨 타는 모습이 근처 CCTV에 기록됐다. 관용차는 청사 출입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처럼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이 계속되면서 고위공직자 범죄 사건과 관련한 공수처의 '우선 공소권' 주장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처장은 지난달 31일 검경이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면 이를 공수처로 송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건·사무규칙 제정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의견을 물었다. 최대한 빨리, 늦지 않게, 수사 시작 전까지는 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일 '관용차 제공' 논란이 일어나면서부터 김 처장은 이번주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공수처 검사 인선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서, 김 처장이 공언한 '4월 1호 수사 착수'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처장은 지난 9일 대변인실을 통해 '4월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김 처장은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같은 질문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공수처는 당초 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 등 23명을 채용하려 했으나, 인사위원회 결과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7명 등 19명의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총 지원자는 부장검사 40명, 검사는 193명이었는데, 면접전형 결과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또 정원의 절반인 12명은 검찰 출신으로 뽑겠다는 계획과 달리 실제 검찰 출신은 3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나머지 비검찰 출신 검사들을 교육하는데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내부에선 공수처가 이미 사실상 공정성 중립성을 상실했다며 김 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김 처장은 즉각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본인도 살고 공수처도 사는 길"이라며 "국기 문란 혐의로 수사중인 피의자 이성윤을 황제 영접해 공수처의 존재 이유와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는데 무슨 낯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양홍석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새로운 유형의 고위공직자 조사기법을 도입했으니 이거야말로 인권 친화적이라 생각할 법도 했다"며 "우리는 이런 걸 특혜, 황제 조사라 한다"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권력자에 이런 특혜를 베풀지 말라고 만든 게 공수처인 것으로 아는데 공수처가 출범하자마자 이런 문제가 터졌다"며 "검찰을 비판하고 공수처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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