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직역 수호·업무영역 확대.. 공공성 확보 필요" [차 한잔 나누며]

이창훈 2021. 4.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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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회복 앞장' 로스쿨출신 첫 서울변회 김정욱 회장
"숫자 확대 불구 시장환경 개선 안 돼
법률 서비스 악화 결국 국민에 손해
사설 법조 플랫폼엔 엄정 대응 필요
활동지원·수사기관평가제 도입추진
법조계 바로서려면 국민신뢰 얻어야"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법조계 신뢰 회복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1조 1항, 변호사의 사명을 기술한 첫 문장이다.

지난 1월 로스쿨·변호사시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김정욱 회장은 법조3륜(법원·검찰·변호사회)의 한 축으로서 사법부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는 약속과 함께 변호사 직역수호·업무 영역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지난 5일 세계일보와 만난 김 회장은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수는 대폭 늘었지만 포화된 시장 환경은 개선되지 않으면서 변호사 업계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그 과정에서 청년 변호사들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익의 대변자’라는 변호사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학에서 시스템경영공학을 전공한 김 회장은 전형적인 공학도였다. 2005년 석사를 마친 김 회장은 졸업 직후 LG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업체에 들어가 액체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휴대폰용 소형 렌즈를 개발하는 일을 맡았다.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특허에 관심을 갖게 된 김 회장은 2009년 로스쿨에 입학하며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를 창설하고 직역수호변호사단 상임대표 등을 맡으며 청년 변호사 권익 개선에 힘썼다.

그는 “로스쿨 제도 취지대로 직역확대가 전제된다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인원 확대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지만 변호사 업무 영역은 로스쿨 도입 전과 달라지지 않고 변호사 숫자만 늘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월 기준으로 2만400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2006년 등록 변호사 1만명을 돌파한 뒤 2014년 2만명, 2019년에 3만명에 도달하며 변호사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전체 소송 건수는 2014년 650만건에서 2018년 658만건으로 1.3%만 증가했다”며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가 매달 1인당 평균 1건 이하의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기존 변호사만으로도 송무 중심의 변호사 시장은 이미 포화됐으며 급격한 변호사 수 증가로 내실 있는 변호사 실무교육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법률 서비스의 질적 악화는 변호사 업계와 국민 모두의 손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법조 플랫폼 기업의 법조 시장 왜곡과 허위·과장 광고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법률 자문은 다른 시장 영역”이라며 “사소한 사실관계 하나가 유·무죄를 가르는 곳이 법정이다. 인공지능(AI)과 판례 빅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 업체의 자문 내용은 자칫하면 의뢰인의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법률 플랫폼 기업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 업무에 대해 광고를 하고 있다. 이를 규제할 변호사법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변호사의 공익 활동 지원과 수사기관 평가제도 등을 통해 사법부 신뢰 회복에도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얼마 전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과 지난해 내내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조계가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검찰 등 수사기관 증가로 민주적 통제와 감시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사기관 평가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도입한 검사평가제도를 제외하고는 검사 외 수사기관에 대한 외부 평가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처음 실시한 법관평가는 법원의 변화를 이끄는 데 일조했고,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 때 후보자에 대한 법관평가 자료가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민생 법률문제 지원 등 공익활동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 회장은 “형사당직변호사제도와 법률 상담을 통한 인권침해 예방과 민생 법률문제 해결, 민사소액사건 소송지원변호사단·변호사명예교사제 운영 등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역시 적극 지원하겠다”며 소비자의 편익과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에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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