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승리가 된 韓 배터리 분쟁 타결[오동희의 思見]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 4.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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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주례 경제 브리핑서 발언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최근 1~2주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이 합의를 종용하는 중재(압박)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9년 4월부터 2년간 진행한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분쟁이 11일 극적으로 타결된 후 두 회사 중 한 회사 고위임원의 말이다.

표현은 '중재'지만 내용은 압박이었고,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수개월에 걸친 미국 정부 관료의 노력과 바이든의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를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업계의 승리라고 공을 돌렸다.

우리 기업간 다툼의 해결사가 미국 대통령이고, 해결원인이 그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며, 그 공이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업계에 돌려지는 건 아이러니다.

이번 양사의 분쟁 합의로 바이든 행정부는 3가지 이득을 얻었다.

우선 미국 내 6000개의 일자리를 얻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SK 패소)을 바이든 대통령이 번복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짓고 있는 조지아주 SK 배터리 공장의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주가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이 일자리는 절실한 것이었다. 그걸 이번 양사의 분쟁 타결이 해결해 준 것이다.

두번째 이득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바이든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ITC의 영업비밀침해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지적재산권 침해가 빈번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잃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양사가 타협하면서 ITC의 지적재산권 보호결정은 유지할 수 있게 됐고,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향해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서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세번째는 탄소제로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전기차의 핵심으로 안보차원의 배터리 기술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동맹을 통한 기술자립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였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버리고, 다자간 동맹체재를 통한 리더십 유지라는 정책으로 회귀했다.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적 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을 통한 리더십 확보를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하고, 동맹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LG와 SK의 배터리 분쟁 타결은 이런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 등 중국 기업이 헤게모니를 쥐어가고 있는 이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동맹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카드로 미국에게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기술동맹은 단지 배터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헤게모니 쟁탈전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은 12일 오후(미국 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하는 '반도체 대란' 관련 긴급 화상 회의에 주요 동맹국 기업들이 참여토록 요구했다.

여기엔 파운드리업체 TSMC(대만)와 글로벌파운드리(미국), 자동차 반도체업체 NXP(네덜란드), 인텔과 마이크론 등이 참여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만 참석하도록 요청을 받았다.

표현은 요청이지만 '지시'나 마찬가지인 이 회의에선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요구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많이 지어야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 공급망 확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미국이 과거 '힘 없는 나라' 한국의 반도체 마케팅 고위 임원들을 가격담합을 이유로 미국 감옥에 수감했던 때와는 달리 한국 반도체 기업에 러브콜을 적극적으로 보내는 모습은 생경하지만 이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글로벌 산업전쟁에서의 훌륭한 '무기'로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혹한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은 생존을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을 무기로 한 국제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기업과 기업인들을 적극 만나 대화하도록 지시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 9일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국내 정치의 유불리에만 매몰된 채 미국과 중국의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정치의 허허벌판에 우리 기업들만 내몰지 말고, 기업과 기업가를 존중하며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우리 기업간 분쟁 합의가 바이든의 승리나 시진핑의 승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우리 정치권이 기업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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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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