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짜리 RP거래가 94%, 차환리스크 여전.."금융권 규제 실효성 미흡"
RP 기일물 거래 비중 6.7%, 0.9%p 상승 그쳐
"지난해 RP시장 제도개선 효과 미흡했다 평가"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단기금융시장 안정성 제고를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여전히 만기 하루짜리인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Repo)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RP매도자 현금성자산 보유 비중 확대, 최소증거금률 차등설정 등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단기금융시장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RP는 일정기간 뒤 다시 사는 것을 전제로 파는 채권을 의미한다. 만기가 2일 이상인 경우를 기일물 RP거래라고 하며,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을 매매하는 것을 흔히 ‘레포거래’라 부른다.
RP시장은 높은 익일물 거래비중으로 인한 차환리스크, 일률적인 증거금률(약105% 내외) 관행 등이 잠재적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월말, 분기 말에 RP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하고 일부 RP 차입기관의 차환이 원활하지 못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익일물 거래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리만브라더스 파산, 코로나19 등 금융시장에 대내외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일들이 발생한다면 RP 매도기관이 즉시 높은 수준의 자금 상환압력에 직면해 RP시장의 안정성 우려가 커진다. 이때 RP매도기관이 차환에 실패하게 된다면 RP 매수기관이 담보증권을 급처분(fire sale)함에 따라 여타 채권시장에까지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RP시장 참가자들은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RP 거래리스크를 증거금률(담보의 시장가치/RP거래금액)이 아닌 금리를 통해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거래리스크가 확대되면 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하기보다는 RP금리를 높여 대응했다”면서 “이러한 국내 RP거래의 일률적 증거금률 관행은 시장 불안과 맞물릴 경우 급격한 자금 유출을 초래할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정책당국은 그동안 익일물 위주의 시장구조를 개편하고자 기일물 거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7월엔 RP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회사(RP매도기관)에게 현금·CD 등의 현금성자산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제했다. 특히 기일물 거래를 활성하기 위해 익일물 거래의 현금성자산 의무보유 비율을 기일물 거래보다 높게 설정하였다. 이어 9월에는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RP매수기관)에게 거래상대방의 신용위험, 담보증권의 특성 등을 반영하여 최소증거금률을 차등 설정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한은은 해당 제도의 시행으로 RP시장에서는 담보증권별 증거금률이 차등화 된 데다 양도성예금증서(CD)에 대한 매입 유인이 확대되고, 채권형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투자가 완화되는 등 다른 단기금융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RP시장에서 익일물 거래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RP시장의 제도개선으로 거래규모가 일시적으로 축소됐지만 연중으로 보면 예년의 성장세를 이어갔고 기일물 비중 확대 효과도 크지 않았다. 기일물 거래 비중은 지난 2019년 12월 5.8%에서 지난해 12월 6.7%로 0.9%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주요 RP매수기관은 은행신탁, 자산운용사 등이 갑작스러운 환매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기일물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또 RP매도기관은 현금성자산 보유 부담에도 불구하고 익익물 금리가 기일물 금리에 비해 낮아 유인 요인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평균 RP금리는 익일물이 0.73%, 기일물이 0.79%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5월부터 익일물과 기일물의 의무보유 비율 차이가 더욱 확대(최대 10% → 최대 20%)되므로 정책효과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기일물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부진한 성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정책당국과 시장참가자 모두가 기일물 거래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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