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인력 이직에서 합의금 2조까지..'K배터리 전쟁' 주요사건들

김성은 기자 2021. 4.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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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만 2년,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들어서야 마무리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거부권 시한을 불과 하루 앞두고서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비롯된 양사 전쟁은 국내외 각종 민·형사, 특허소송전으로 확대되면서 업계 우려를 자아냈다. 양사 대승적 합의를 결단한 만큼, 이제는 갈등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다.

100여 명 전직에서 비롯된 배터리戰…민·형사·특허전으로까지 비화, 대립 감정 '격화'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소송이 시작된지 713일(2019년 4월30일~2021년 4월11일)만이다. 양사는 또 관련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10년간 추가 재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소송의 시작은 2017년~2019년 100여 명의 인력이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데서 비롯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모회사인 LG화학으로부터 분할설립되면서 이번 배터리 소송건도 승계받아 진행중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들이 이직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처우에 따른 직원들의 자발적 이직이라 맞섰다.

그 사이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냈고 영업비밀 침해를 의심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결국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냈다. K-배터리 전쟁 서막이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시작으로 양사는 국내외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포함해 각종 민·형사 소송을 주고 받으며 크게 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국내 대기업 간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날카로운 설전도 여러 차례 주고 받았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예비승소한데 이어 올해 2월 최종승소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ITC로부터 '제한적 수입금지 10년' 조치가 내려졌다.

반면 특허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승기를 잡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기했던 특허침해소송 관련해서는 이달 초 SK이노베이션이 예비결정서 승소 결정을 받았다. 이는 8월 최종 결정이 예정돼 있었다.

한국 대표 배터리 기업 전쟁 격화에 미국이 '발칵'…막판까지도 양사 로비 '주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글로벌 대표 배터리 업체 간 이번 소송전이 미국 무대에서 벌어졌던 만큼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까지도 해당 사안에 높은 관심을 보였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한국 배터리 제조사간 분쟁은 조지아 공장을 둘러싼 미국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며 "폭스바겐과 포드가 향후 몇 년간 34만대 전기차량을 출시할 계획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개입에 따라 공급부족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C 결정 이후 수입금지 조치가 거둬들여지지 않거나 합의에도 실패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사업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 미국 공장을 유럽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까지 배수의 진을 쳤다는 점도 미국 정부이 고민한 대목이다.

국내·외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비를 들여 공장을 지으며 △향후 2600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점 △바이든 대통령이 주창하는 미국 전기차 생태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중단될 경우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 대통령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이 탓에 SK이노베이션 뿐만 아니라 포드와 폭스바겐도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최소한 유예기간 만이라도 더 늘려달라는 요청을 미국 정부를 향해 줄곧 제기해왔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그동안 미국이 지식재산권(IP)을 중시해왔던 일관성을 해치게 될 것이란 반론도 맞섰었다. LG와 SK가 바이든 정부에 큰 수수께끼를 안겼던 셈이다.

양사는 막판까지도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 환경보호국(EPA) 국장 출신의 캐롤 브라우너,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냈던 샐리 예이츠 등을 영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지냈던 어니스트 모니즈의 조언을 들었다.

또 미국 비영리 단체 정치반응센터(CRP)에 다르면 양사는 지난해 118만달러(약 13억원)를 로비자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미국 로펌 등 소송에 들인 비용만 수 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조? 수천억? 추측 난무했던 양사 합의금…결국 '2조원'으로 마무리
시장 초미의 관심사는 양사가 얼마에 합의하느냐였다.

2년의 소송 기간 동안 시장에서 나온 합의금 규모는 그야말로 '널뛰기'였다. 양사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중요 사안인 만큼 금융투자업계도 추산에 가담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거론됐던 수치는 적게는 수 백 억원에서 많게는 10조원 이상이었다. 이는 '영업비밀 침해냐 아니냐'를 해석하는 양사 입장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방증됐다.

뿐만 아니라 '조단위' 합의금이 적정한지를 두고도 "앞으로 수주 잔고가 수 십, 수 백 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비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과 "아직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데다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보는 단계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맞섰다.

양사는 결국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으로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는 것에 합의했다. 막판에 LG에너지솔루션이 약 3조원, SK이노베이션이 1조원을 제시했단 점을 감안하면 양사 모두가 기존 태도를 고집하는 대신 상호간 통 큰 양보를 해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준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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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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