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에 은행 몰려온 중국인들 '수상한 송금'

김상준 기자 2021. 4.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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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자 '비트코인 환치기'로 의심되는 해외 송금 사례가 갑자기 늘었다.

지난 2018년 비트코인 열풍 당시 국내와 해외의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 불법 외화 송금 사례와 판박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사이 시중은행 지점들마다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인들의 해외송금 요청은 비트코인 환치기 마지막인 동시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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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8일 오전, 국내 시중은행의 한 지점에 중국인 A씨가 방문했다. A씨는 아들의 결혼 자금이라며 5000만원을 중국에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해당 은행과 거래한 적이 없었다. 창구 직원은 송금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A씨는 자리를 떴다.

#9일 아침 서울 시내 또 다른 은행을 찾은 중국인 고객 B씨는 5500만원을 중국으로 송금해달라고 했다. 이 은행과는 소액 거래 내역만 있었다. 아버지 수술 비용이라는 B씨의 말에 은행원은 B씨가 지정한 계좌에 돈을 보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자 '비트코인 환치기'로 의심되는 해외 송금 사례가 갑자기 늘었다. 지난 2018년 비트코인 열풍 당시 국내와 해외의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 불법 외화 송금 사례와 판박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사이 시중은행 지점들마다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인별 연 최대 해외송금 한도인 5만달러(약 5605만원) 이내 금액을 중국으로 송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런 일은 외국인 고객이 거의 찾지 않던 곳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이 드물게 방문하는 한 은행 지점 직원은 "최근 몇 년 사이 하루 5~6명의 중국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 5만달러 이내에서 자국으로 송금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환치기 말고는 딱히 설명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에 의한 '비트코인 환치기' 구조는 이렇다. 중국에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해당 비트코인을 빗썸·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로 전송한다. 이때 소액의 전송 수수료만을 부담한 후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비싸게 팔아치운 다음 투자원금(중국 현지)과 차익(한국)을 중국에 보낸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에 비해 15% 가량 비싸다. 소위 말하는 '김치 프리미엄'이다.

최근 블라인드에 올라온 은행원들의 대화 중 일부

중국인들의 해외송금 요청은 비트코인 환치기 마지막인 동시에 시작이다. 환치기로 번 돈을 중국으로 보내 또 다시 투자하고 한국에서 현금화 한 뒤 중국으로 보내지는 식이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50%를 웃돌던 2018년 이 수법으로 국내서 1700억원대 수익을 올린 중국인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환치기가 의심되자 시중은행들은 '중국 송금' 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한 은행은 지난주 중국 송금을 원하는 고객에 대해선 자금의 출처와 용처 등 자금 증빙 과정을 더욱 엄격히 하라는 공문을 각 지점에 보냈다. 또 다른 은행은 중국인 고객의 송금 요청을 거절했을 경우 그 이유 등을 게시물 형태로 사내 정보 시스템에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의심 거래'로 보인다는 내용이 송금 거절 이유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외국환거래법상 송금액 5000달러 이상일 때 송금인은 송금 사유를 증빙하고 은행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해외투자 목적이 아닌 이상 5만달러 이내 송금이 가능해 수상한 거래라고 해도 송금인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은행이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 말처럼 은행 내 '환치기 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이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본행 차원의 주의 공지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자금 증빙'도 창구 직원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 외환 관련 임원은 "최근 부쩍 환치기 의심 송금 사례 보고와 함께 불법 거래에 은행원이 이용당했을 때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말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자금 출처를 은행이 확인할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적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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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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