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갈대밭을 지휘하는 한 그루의 나무

왕태석 2021. 4. 12. 0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봄비가 3주 연속으로 주말마다 쏟아졌다.

산책로에는 채 피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봄꽃들이 길바닥에 점묘화처럼 흩어졌다.

비오는 지난 주말 봄꽃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경기 광주시 한 수변공원을 찾았다.

그것은 아직 겨울 티를 벗지 못한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서 있는 한 그루의 연녹색 나무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한 그루 연녹색 나무가 서 있다.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한 그루 연녹색 나무가 서 있다.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연녹색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봄비가 3주 연속으로 주말마다 쏟아졌다. 산책로에는 채 피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봄꽃들이 길바닥에 점묘화처럼 흩어졌다. 4월 이맘때면 바람에 실린 꽃향기가 무척 그리워진다.

비오는 지난 주말 봄꽃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경기 광주시 한 수변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도 한참 꽃을 피워야 할 벚꽃들이 빗방울과 함께 우수수 땅에 떨어져 있었다. 떨어진 꽃잎들을 피해 조심조심 산책로를 걷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아직 겨울 티를 벗지 못한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서 있는 한 그루의 연녹색 나무였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갈대들이 춤을 추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있는데, 우뚝 솟은 나무는 갈대들이 내는 자연의 화음을 지휘하듯 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벌써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淸明)도 지났다. 이제 만물은 싹을 틔우고 산과 들은 눈이 시리게 푸르러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대지는 봄꽃의 빈자리를 짙은 푸르름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꽃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는 봄비가 자리 잡고 있다.
봄비를 흠뻑 맞은 나무에 새싹이 피어나고 있다.
봄비 속에 지난 겨울 떨어지지 못한 단풍잎 사이로 새싹이 피어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