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갈대밭을 지휘하는 한 그루의 나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봄비가 3주 연속으로 주말마다 쏟아졌다.
산책로에는 채 피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봄꽃들이 길바닥에 점묘화처럼 흩어졌다.
비오는 지난 주말 봄꽃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경기 광주시 한 수변공원을 찾았다.
그것은 아직 겨울 티를 벗지 못한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서 있는 한 그루의 연녹색 나무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봄비가 3주 연속으로 주말마다 쏟아졌다. 산책로에는 채 피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봄꽃들이 길바닥에 점묘화처럼 흩어졌다. 4월 이맘때면 바람에 실린 꽃향기가 무척 그리워진다.
비오는 지난 주말 봄꽃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경기 광주시 한 수변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도 한참 꽃을 피워야 할 벚꽃들이 빗방울과 함께 우수수 땅에 떨어져 있었다. 떨어진 꽃잎들을 피해 조심조심 산책로를 걷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아직 겨울 티를 벗지 못한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서 있는 한 그루의 연녹색 나무였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갈대들이 춤을 추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있는데, 우뚝 솟은 나무는 갈대들이 내는 자연의 화음을 지휘하듯 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벌써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淸明)도 지났다. 이제 만물은 싹을 틔우고 산과 들은 눈이 시리게 푸르러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대지는 봄꽃의 빈자리를 짙은 푸르름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럭셔리한 인생만 권유" 2년 전 나온 잡음... 함소원서 터진 '거짓의 맛'
- 선거 참패에도… '패싱' 당할 뻔한 인니 통역사 배려한 문 대통령
- 희대의 연쇄강간범 제우스가 그리스 최고 神인 까닭
- 8개월만에 복귀한 샘 오취리에 쏟아진 악플
- "AZ백신 희귀 혈전증 굉장히 드물다"지만 ... 30~50대도 불안
- "동성애자"를 "잘생긴 한국 남자"로... '국뽕' 왜곡 자막까지
- “일본은 어느새 후진국이 되었나”... 니혼게이자이 파격 칼럼
- 4차 유행 우려 무색한 강남의 밤…무허가 클럽 200여명 '춤판'
- '검사안내문자' 무시한 어린이집 교사 "재난문자 차단해 못 봐"
- 文 멘토 문정인 “韓,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 담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