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읽기] 야당 압승 후폭풍..이재명 대세론 힘 받는다

입력 2021. 4. 12. 04:03 수정 2021. 4. 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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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인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 뉴스>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놀라움’이다. 서울과 부산 모두 18% 이상 격차로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이길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정도 격차로 야당 후보들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유권자의 ‘누적된 분노’ 때문이다. 불공정, 내로남불, 부동산 그리고 독선과 아집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크다. 집이 있는 이들은 공시지가 상승에서 기인하는 세금과 건강보험 문제 때문에, 없는 이들은 폭등한 집값에 집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분노지수가 상당히 높다. ‘누적된 분노’는 여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선거에서는 이른바 정권 심판론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권 심판론 선거 구도를 여당은 이른바 네거티브 캠페인을 통해 바꾸려 했다. 그러나 네거티브 캠페인은 후보 간 박빙 승부를 벌일 때는 능력을 발휘하지만, 선거 구도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여당이 모를 리 없었을 텐데,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일관한 것을 보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다른 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민주당은 네거티브 캠페인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선거 초반, 오세훈 시장 내곡동 땅 의혹을 제기했다. 내곡동 땅 의혹은 이미 상당히 오래된 문제고, 또한 사안 성격상 ‘설명’이 필요해 네거티브 캠페인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본래 유권자 감성에 호소해야 하는데 내곡동은 이성에 호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야 대선 구도와 정계 개편, 그리고 당 내 역학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선 구도를 보면, 야당보다는 여당 변화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친문이 이재명 대세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 보궐선거 결과에 충격을 받은 친문은 혼란에 빠져 친문 후보를 만들어낼 엄두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민심의 완전한 이반을 확인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 후보를 만들어봤자 해당 후보 지지율을 올리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유력한 여권 후보인 이재명 지사 존재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낙연 전 대표는 보궐선거 패배로 가장 ‘깊은 상처’를 받은 인물이다. 당대표로, 또 선대위원장으로 보궐선거를 이끌었는데 처절한 성적표를 받았으니 이 전 대표에게 책임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지율이 계속 하향세인 형국에서 참패라는 엄청난 타격을 받아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한마디로 이 전 대표는 대선 후보로 계속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퇴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총리 역시 상당한 타격이다. 대선 준비를 위해서는 친문 도움이 절실한데, 친문 힘이 급속히 빠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다. 향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급속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보선 결과와 연동된 밴드 왜건 효과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빠지는 상황에서 여당이 참패했으니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정권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여당은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과거에 신세진 것’보다는 ‘미래 재선 가능성’을 더욱 중시하는 의원들이 친문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이 주류로서의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당권을 잡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보인다. 현재 당권 경쟁은 송영길, 우원식 그리고 홍용표 의원의 3파전인데 송영길, 우원식 두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비문 혹은 반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지사 대세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마저 비문이 되면 친문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친문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일단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비대위를 꾸리고 친문 중 한 명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혀 보궐선거 패배 충격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벌고,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승리로 다시금 야권 정계 개편의 핵으로 등장했다. 동시에 정국 주도권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야권 정계 개편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합당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갖고 합당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이번 압승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대표 역할이 적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중도적 이미지를 갖고 있고, 호남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다. 이 같은 점이 압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무리 민심이 정권에 대해 분노해도 국민의힘에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가 다수였다면 이 정도 압승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임을 국민의힘은 기억해야 한다. 두 사람의 중도적 이미지가 유권자에게 어필했고, 국민의힘의 ‘고질병’ 중 하나인 내부 알력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극단적 세력과의 거리 두기 등을 통해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 유권자의 거부감을 많이 줄였기 때문에 압승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국민의힘은 승리에 도취해 자만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퇴진 이후 당권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당권 경쟁 과열은 다시 한 번 국민의 거부감을 촉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궐선거 압승에 따른 과실을 완전히 잃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미래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윤석열 전 총장 거취다. 윤 전 총장은 3지대에 머물면서 제3의 정치 세력을 키워내 이를 정치적 발판으로 삼든지, 아니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이 탄력을 받은 상황이라,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3지대에서 정당을 만들어 대선을 치르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이 당 외부에서 윤 전 총장에게 조언을 하며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관계를 설정한다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때 야당 대권 구도는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안철수, 윤석열 두 사람의 유력 대권 주자를 확보함으로써 비로소 여당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선 경선 출마 ‘희망자’들의 절제가 요구된다. 여론 지지 여부를 망각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돼 대선 구도를 흔들려 한다면, 또다시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종합해보면 국민의힘 미래 역시 순탄하리라고 낙관할 수 없다.

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은 폭풍에 휩싸였다. 누가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대선 풍향계는 바뀔 수 있다. 또한 현재 환경이 대선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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