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반중 전선'서 한국 제외, 70년 평화 번영 길 이탈인가

2021. 4. 1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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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쿼드'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인도, 호주 총리가 화상으로 연결됐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중국 견제를 위한 종합 대책을 담은 ‘전략적 경쟁법’을 공개했다. 군사·경제·첨단 기술 등 전방위에 걸쳐 동맹국과 ‘반중(反中) 연합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안 보인다. 군사 안보는 미·일·호주·인도 등 ‘쿼드’가 중심이다. 일본에는 장거리 미사일과 방공·정찰·감시 능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선 “중요 동맹”이란 원론적 표현만 했다. ‘디지털 기술 무역 동맹’의 협상 대상자로 EU와 대만 등을 명시하면서 한국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려는 협력 사업에도 한국은 없었다. 미국 대외 전략의 기틀이 될 법안에서 한국이 사실상 제외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때부터 ‘쿼드’를 강조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태평양 연합 훈련에 불참했고, 미국 중심의 경제 공급망 구축에도 부정적이었다. 반면 중국이 원하는 건 다 들어줬다. ‘사드 3불(不)’로 군사 주권까지 양보하고 문 대통령은 “중국몽(夢)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올 들어 미·일 등 57국이 북·중 등의 외국인 구금 행태를 규탄하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지만 한국은 불참했다. 중국의 홍콩 민주화 탄압과 위구르족 인권유린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국이 이런 한국을 어떻게 볼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보다 먼저 시진핑과 통화해 “중국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고 칭송했다. 중국 공산당 100년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그러자 ‘경쟁법’을 준비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러려고 (6·25 때)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의 중국 표류에 대한 경고였다. 얼마 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던 날 중국은 한국 외교장관을 불러 “한중은 이익 공동체가 됐다”고 했다. 한국을 약한 고리로 잡은 것이다. 미 동맹 전선에서 한국이 밀린 건 문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런 와중에서 대통령의 안보 멘토라는 사람은 일본 신문에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했다. 국립외교원장은 한미 동맹을 ‘중독’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중국으로 기운 결과가 무엇인가. 시진핑은 문 대통령 특사를 두 번이나 하석(下席)에 앉혔다. 중국 군용기는 제집처럼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들락거리고 군함은 우리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이고 있다. 그래도 문 정부는 항의 성명 한번 내지 않았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미국과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며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반면 2000년 역사에서 중국이 부상할 때는 굴종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반중 전선'에서 제외된 한국이 70년 간 걸었던 평화 번영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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