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 투자자에 굴복한 국민연금, 주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국민연금이 개인 투자가들 요구에 따라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최대 18.8%에서 19.8%로 1%포인트 늘려 2조6000억어치를 더 보유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를 막아달라”고 청와대 청원까지 낸 개인 투자가들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4·7 보궐선거 직전에 결정하려다 ‘선거용' 논란이 일자 선거 후로 결정을 미뤘다. 국민연금이 집단 압력과 ‘시장 포퓰리즘'에 굴복해 원칙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화근이 될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전체 운용 자산이 커질수록 국내 주식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 왔다. 국내 주식이 너무 많으면 주가 급락 때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래 2023년까지 국내 주식 비율을 15%까지 낮춘다는 계획이었지만 도리어 거꾸로 가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에 증시 부양 역할을 떠안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 특정 투자자 집단이나 포퓰리즘 세력이 국민연금에 방어벽 역할을 요구하면 어쩔 건가. 그런데도 정부는 집단 압력을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 편에 서서 장단을 맞춰왔다. 공매도 금지 연장, 주식 양도세 완화 등의 선심성 정책으로 동학 개미 비위를 맞추더니 국민연금에 주식 매도 내역을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주식 매도 자제를 주문해왔다.
국민연금 운용에선 안정성과 수익성 이외의 다른 어떤 요소도 우선될 수 없다. 2030년부터는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출액이 더 커져 보유 자산을 내다 팔아야 한다. 국민연금발(發) 매물 폭탄이 쏟아져 나오면 증시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변수까지 감안한 중장기 기금 운용 원칙이 투자자 집단의 압력에 간단히 허물어졌다. 투자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국민연금이 전 국민의 노후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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