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가 반도체 무전략, 정부 존재 이유 뭔가

2021. 4. 1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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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

미국 백악관이 오늘(12일) 인텔·구글과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의 CEO들을 화상으로 연결해 반도체 전략 회의를 연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반도체칩 부족 대책과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회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다. 반도체 문제를 경제 차원을 넘어선 국가안보 이슈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등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봉쇄하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다. 삼성전자·TSMC가 보유한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미국 영토 안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설비 투자 때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고 보조금을 주는 등 강력한 지원 법안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호응해 인텔도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외국 업체에 생산을 위탁해왔던 인텔이 직접 제조까지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뿐 아니라 EU·중국·일본 등 모든 강대국들이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우리의 핵심 산업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매출액 대비 정부 지원금이 인텔·퀄컴 등 미국 업체가 2~4% 수준에 달하지만 삼성·SK하이닉스는 0.6~0.8%에 그친다. 삼성전자가 평택 공장을 지어놓고도 주민 반대와 지자체 방임으로 4년간 송전선을 연결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영진을 형사 처벌하는 규정이 수백 가지에 이르는 환경·산업안전 규제는 세계 최악이다. CEO가 감옥에 갈 각오를 하지 않으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할 정도다.

손놓고 있던 정부도 지난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반도체 기업 CEO들을 긴급 소집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회의에서 CEO들은 각종 규제 완화, 용수·전력 등의 인프라 지원과 함께 미국처럼 반도체 지원 대책을 법으로 명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산업부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반도체로 먹고산다는 나라에 ‘반도체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부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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