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육성 공약한 美, 적극 중재.. "바이든이 승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협상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현지 시각 11일)을 앞두고 막바지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합의로 SK는 LG에 1조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기술사용료) 형태로 지급하게 된다. 또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쟁송을 취하하고, 향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LG는 “공정 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의지가 반영되었으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SK는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의 불확실성과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고려해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美 정부 적극 중재… “바이든 골칫거리 사라져”
재계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도 협상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가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 SK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몇 차례 화상회의를 가졌지만, 그때까지도 접점을 못 찾았다. SK는 막대한 합의금을 지급할 경우, 오랜 기간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 LG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면 더 큰 합의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미 정부는 SK 측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LG 측에는 “합의가 없으면 미국 전기차 산업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양측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미국 사업을 고려하면, 두 회사 모두 이제 막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제안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한국 기업 간 소송 중재에 적극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관용차를 전기차로 교체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개를 설치하는 등 ‘전기차 산업 육성’을 공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SK가 조지아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전기차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또 최근 중국을 압박하며 반도체·배터리의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로선 가능한 많은 배터리 업체를 미국 내에 두고 싶어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배터리 포함 4대 핵심산업의 공급망 위험에 대한 조사를 하라고 행정 명령까지 발동 시킨 상황에서 두 기업이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화당 텃밭이던 조지아주에서 최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 탄생하면서,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이 SK 공장을 원하는 조지아주의 지역 민심을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지식재산권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해온 미국이 영업 비밀 침해와 관련해 ITC의 결정을 뒤집고 SK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 결국 두 회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혀 합의를 보게 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로 바이든 대통령의 골칫거리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K배터리' 위기감도
양 사가 배터리 분쟁에 극적으로 합의한 배경에는 최근 업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K(한국)배터리 위기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두 회사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SK의 미국 공장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 배터리 업체에만 의존하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달 유럽에 배터리 공장 6개를 독자 또는 합작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현재 미국 텍사스와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생산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지난 2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2025년까지 생산 능력을 현재의 5배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LG와 SK의 분쟁이 더 길어질 경우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재계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SK는 도덕적 이미지에 타격이, LG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 성장을 저해했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살 아이 머리 킥보드로 때린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
- 비타민 사과의 9배, 매일 골드키위 먹고 몸에 생긴 변화
- 反明 전병헌 “이재명 끝나고 3총3김 경쟁력 달라져”
- [단독] 이기흥의 대한체육회, 올림픽 메달권 36명에 살모사 든 뱀탕을 보양식으로 줬다
- [부음]박순철 울산시의회 사무처장 부친상
- 한동훈 “이재명, 피고인이 판사 겁박…최악 양형 사유”
- 내년 경주서 ‘APEC CEO 서밋’… CEO 1000명, 알파벳 b 모양 ‘엄지척' 이유는?
- 연일 완판 행진 카이스트 탈모 샴푸, 단독 구성 특가
- 美국방장관 지명자 헤그세스, 성비위 의혹...‘극단주의’ 문신도 논란
- 잠자던 ‘고래’가 깨어난다... ‘트럼프 랠리'에 움직이는 가상화폐 큰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