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실장, 서훈에 쿼드 참여 강하게 요구"

조의준 기자 2021. 4. 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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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紙 보도, 靑은 또 "사실아니다"
美의 쿼드 압박 계속 확인돼도 靑은 "공식요청 없었다"며 발빼
문정인 "美편 서면 평화 어려워"
서훈(오른쪽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3자회의에서 함께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미국이 이달 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한국에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에 참가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쿼드 참여에 대해 “미국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청와대는 이날도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달리 한국의 쿼드 동참을 희망한다는 미국의 의사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결국 미국 주도의 ‘반(反)중국 전선'에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해석되면서 한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2일 미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한국의 쿼드 참가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은 “기본적으로 미국 측 취지에 동의하지만 (미·중 균형 외교를 추진하는) 우리 입장도 알아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서 실장이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려 했지만 미국 측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검토하고 있다’는 외교적으로 적극적이지 않다는 뉘앙스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고 유감스럽다”며 “(기사는) 매우 부정확하며, 협의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美日 스텔스 전투기 첫 연합훈련 - 미 공군 F-22 스텔스기 편대와 공중 급유기, 일본 항공자위대 F-35A 스텔스기들이 최근 일본 상공에서 함께 비행하고 있다. 미 공군 F-22는 지난달 이와쿠니 주일 미 해병대 기지에 순환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스텔스 전투기들이 일본에서 연합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주일 미공군

그러나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쿼드 가입 압박은 미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이미 수차례 직간접적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일 “쿼드에 관해 한국 친구들과 매우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한국과 더 긴밀한 협의나 참여를 언제든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쿼드와 관련,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공식' ‘직접적'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애써 쿼드 압박을 부인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쿼드는 상설 협의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공식 요청’을 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내가 이해하기론 한국은 쿼드에 참여하라는 요청을 받고 거절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속내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의 11일 자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읽을 수 있다. 문 이사장은 한미 2+2 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 견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며 “중국은 북한 지원에 힘을 쏟을 것이고, 한국의 안보 부담이 한없이 커진다”고 했다. 북한 문제 때문에라도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교 전략으로 한국이 미국의 ‘2류 동맹’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미 상원 외교위가 중국 견제를 위해 지난 8일 공개한 ‘전략적 경쟁법 2021’에선 일본과 호주가 여러 실질적 협력 사업의 파트너로 명시된 반면, 한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방어 대상이란 것 외에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가치 동맹’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한국이 계속 발을 뺀다면 2류 동맹으로의 추락도 가능하다”며 “이는 주한 미군과 기술·경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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