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백신 20대는 안 맞힌다

김민정 기자 2021. 4.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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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60세 미만 접종 재개, 혈전 위험보다 이득 크다 판단
20대 64만명은 대상에서 제외.. 2분기 접종계획 차질 불가피
지난 4월 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정부가 혈전증 부작용 문제로 중단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12일부터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30세 미만은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접종 후 위험 부담보다 크지 않다는 이유로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 4~6월(2분기) AZ 백신 접종이 예정됐던 30세 미만 64만명에 대한 접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다만 AZ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한 30세 미만 약 13만5000명에 대해서는 “1차 접종 후 희소 혈전증 관련 부작용이 없었다면 2차 접종도 AZ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1일 “지난 8일 잠정 연기·보류됐던 AZ 백신 접종을 12일부터 2분기 접종 일정대로 재개한다”며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등이 희소 혈전증(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을 AZ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분류한 것을 반영해 30세 미만은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유럽 등에서 AZ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일고 국내 접종자 중에서도 혈전이 나타난 사례가 3건 발생하자, 지난 8일부터 특수 교육 교사 등을 대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던 AZ 백신 접종을 연기했다. 60세 미만 접종도 잠정 보류했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7일(현지 시각) EMA가 AZ 백신 접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희소 혈전증을 인정하면서도,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여전히 크므로 접종 지속이 필요하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최은화(서울대 의대 교수) 예방접종전문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AZ 백신은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중증 감염과 사망을 줄이는 데 사용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며 “국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접종으로 인한 이득과 위험을 판단해 접종 여부를 현명하게 결정해 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12일부터는 30세 미만을 제외한 특수교육·보육교사와 보건교사, 어린이집 간호 인력 등에 대한 AZ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도 재개된다. 정부는 또 “1차 접종을 AZ 백신으로 맞은 경우 희소 혈전증 관련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연령에 상관 없이 동일한 AZ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모순… “1차때 아스트라 맞은 20대, 2차도 같은거 맞아야”

정부가 11일 접종 후 드문 혈전이 발생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 제한 연령을 30세 미만으로 정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벽’ 때문이다. 접종 제한 대상을 독일 등처럼 60세 미만으로 확 늘리면 정부가 그동안 공표한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가 당장 차질을 빚게 된다. 2분기에 AZ를 대체할 다른 백신 물량도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2분기 접종 대상자 중 30세 미만 64만명은 접종 계획 일정조차 잡지 못해 공중에 붕 뜬 처지가 됐다.

◇”30대부턴 AZ 접종 이익 더 크다”

이날 정부 결정은 ’30대 이상 접종'이라는 영국 정부 방침과 같다. AZ는 영국 백신이다. “연령 제한 없이 AZ 접종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 결론도 근거가 됐다.

정부는 이날 AZ 접종과 드문 혈전 발생 간의 이익과 손해를 분석한 결과도 제시했다. 우리나라 20대 국민 전체가 AZ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 감염 시 2.8명 사망을 예방하지만, 혈전으로 인한 사망 위험 가능성은 4명으로 예측됐다. 반면 30대 이상은 예방 가능한 사망보다 혈전 발생 후 사망이 더 적어 백신 접종이 이득<그래픽>이라는 것이다.

4차 대유행 우려에도… 한강에 몰린 시민들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 시민들이 대거 몰려 주말 휴식을 즐기고 있다. 마스크는 썼지만 거리 두기 지침이 철저하게 지켜지진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혈전 논란’이 제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30세 미만 접종 대상자들은 제외했다. /이덕훈 기자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영국처럼 확진자가 수천 명 나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처럼 연령 제한을 폭넓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그는 “백신 접종, 중단 모두 국민 건강이 최우선 목표”라며 “단순히 접종률을 높이는 것보다 이미 AZ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전수 조사해서 혈전 사례를 파악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20대 AZ 1차 접종자, 2차 접종 강행 논란

정부 결정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1분기에 이미 AZ를 접종한 20대 13만5000명에 대해선 “희소 혈전증 관련 부작용이 없는 20대는 AZ로 2차 접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2분기 접종 대상자 중 30세 미만 64만명에 대한 AZ 접종은 제한하면서, 이미 1차 접종한 20대는 계속 맞히겠다는 것이다. 이환종 서울대 명예교수는 “AZ 1차 접종 때 혈전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2차 접종 때도 그럴 것이란 근거가 없다”며 “확실한 근거 없이 20대 1차 접종자에게 2차 접종을 하는 것은 이르다”고 했다.

독일·프랑스는 각각 60세, 55세 미만은 AZ 접종을 제한하면서 이미 AZ를 1차 접종한 경우는 2차 때는 화이자·모더나 등 다른 백신으로 교차 접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나상훈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 교차 접종은 과학적으로 안전한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안 백신 불확실, 20대는 3분기로 밀리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20대 2분기 접종 대상자 64만명의 접종 계획에 대해 “백신 수급과 도입 상황에 따라서 어떤 백신을 어떤 시기에 놓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보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청장은 “30세 미만의 AZ 접종 제한은 치명률·위중증이 젊은 층일수록 덜 생기기 때문에 접종의 우선순위가 좀 더 뒤에 있다는 판단이 같이 검토됐다”며 “백신 수급 상황, 접종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서 재조정하겠다”고도 했다. 상황에 따라선 20대 64만명은 3분기에 접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 달 새 2분기 계획을 4차례 수정·발표했다. 지난달 15일 첫 2분기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가, 지난 2일엔 일부 직군의 접종 계획을 앞당긴다며 수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AZ 혈전 문제로 7일엔 60세 미만 접종 한시 중단, 8일 접종 재개 논의, 11일 30대 이상 접종 재개를 결정했다.

정부는 5차 2분기 수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얀센·노바백스 등과 도입 시기를 협의하고 있고, 화이자의 조기 도입도 협상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AZ처럼 아데노바이러스를 코로나 항원 전달체로 쓰는 얀센도 혈전 사례가 나와 도입 즉시 사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백신 회사들과 2분기 백신 물량 도입 협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5차 수정 계획이 언제, 어떻게 발표될지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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