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조작 실험.. 온난화 탈출 열쇠냐, 또다른 재앙이냐
온난화 해결법으로 주목 받았으나
환경문제 발생 가능성 제기돼 중단
"지구공학 기술 방향성 고민해야"
프랭크 코이치 미국 하버드대 화학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달 1일(현지 시간) 성층권에 태양광 차단용 에어로졸을 살포하는 ‘스코펙스(SCoPEx·성층권통제섭동실험)’ 프로젝트의 첫 실험을 돌연 취소했다.
연구팀은 올해 6월 스웨덴에서 지상 약 20km 성층권까지 대형 기구를 띄워 탄산칼슘 가루 0.1∼2kg을 살포하는 실험을 준비해 왔다. 공기 중에 살포된 이들 입자가 햇빛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사상 첫 지구공학 실험이다. 탄산칼슘 입자는 분필 가루의 주성분으로 빛을 잘 반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0만 달러(약 224억 원)를 지원하면서 실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기구를 띄우는 장소인 스웨덴의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는 이 실험이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실험 날짜가 다가오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스웨덴우주국도 결국 실험 중단을 발표했다. 실험이 언제 재개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버드대 교지인 하버드크림슨은 5일 “스코펙스 프로젝트가 2022년까지 연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분사해 지구 온도를 떨어뜨리겠다는 아이디어는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의 경험에서 나왔다. 당시 화산에서 분출한 아황산가스 2000만 t이 성층권에 올라가 햇빛을 약 2.5% 반사했고, 그 영향으로 이후 2, 3년간 평균온도가 0.5도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0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가 발행하는 학술지에는 성층권에 황 1kg을 뿌리면 이산화탄소 수백 t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실렸다. 황이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탄산칼슘 같은 황의 대체재도 등장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기후를 조작하는 지구공학이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는 과학계 내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5일 국제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햇빛을 차단하는 지구공학 기술이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층권에 뿌린 에어로졸이 대기의 산성화를 촉진해 산성비를 내리게 하고, 이는 해양의 산성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는 생물 다양성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미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구공학이 아시아의 몬순 기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몬순 기후는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겨울에는 건조한 기후로 한국도 몬순 기후대에 속한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햇빛을 차단하는 인공 화산 실험은 태양 복사에너지를 줄여 대기 중 수증기 양을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강수량도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몬순 지역에는 가뭄과 물 부족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자 단체인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향후 5년간 지구공학 연구에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하며 지구공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매리언 후더퀸 콜로라도대 교수는 “지구공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탈탄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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