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그래서 초일류 공대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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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 특별법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이제 겨우 나주에 부지 정지 작업을 시작한 한전공대가 내년 3월 대선 직전 개교한다.
한전공대 특별법은 내년 3월 개교가 가능하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를 담고 있다. 특별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기존 법규가 규정하는 시설과 설비를 갖춘 뒤에야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대선 전 개교가 불가능하다.
앞서 한전은 한전공대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노벨상 수상자 등 ‘스타 교수’를 총장으로 모셔와 미국 명문대 총장 수준인 약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주고, 모든 교수에게 다른 과기대 교수 평균 연봉의 3배(4억원) 이상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학부와 대학원생 1000명 전원 등록금 면제와 기숙사 무료 제공도 제시했다. 파격적 혜택을 통해 우수 교수진과 학생을 유치해 글로벌 톱 10 공과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계획은 창대했으나 현실은 초라하다. 내년 3월 세계 초일류 대학을 개교하겠다면서 건물 하나 짓기는커녕 이제 겨우 부지 정지 작업이 시작됐다. 당초 한전은 학교를 설립하려면 기본 계획 수립에서부터 설계·시공·설립 인가, 개교까지 통상 82개월이 걸려 2026년에야 개교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내년 대선 전 개교 시점을 맞추기 위해 필수 시설을 우선 지어 부분 준공한 뒤 개교하겠다는 것이다.
교수진 확보도 더디다. 지난해 교수 7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세계적 석학을 초빙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커니는 한전공대 설립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서 “학령인구 감소, 학생·교수의 수도권과 해외 선호 등 인력 유치의 한계, 사립대학의 취약한 재정 구조 등 설립 제약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며 “학생 수가 급감하고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데다, 국내 우수 교수들은 연봉과 정주 여건이 탁월한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최근엔 사학 명문인 포스텍(포항공대)조차 재정 문제로 국립대 전환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령인구 감소, 지방대 붕괴 가속화, 인근 광주 지스트(GIST) 등 기존 이공계 특성화 대학 5곳과의 중첩 등 한전공대 설립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기존 대학들은 경직적 교육 체계로 혁신 모델 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창의적·혁신적 교육 모델을 제시할 한전공대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설립 타당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중요하고 꼭 필요한 대학이라면, 충분히 준비해서 열어도 늦지 않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개교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교사(校舍)도 교수도 부족한 대학에 다닐 학생들은 무슨 죄인가. 대선 전 개교에 집착하는 순간 한전공대는 대선 매표용(買票用)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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