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긴 英왕실.. 73세 찰스 왕세자 "아빠가 그립다"
코로나로 17일 장례식 규모 축소, 해리 참석.. 임신중인 마클은 불참
필립공이 개조한 랜드로버로 운구
필립 공 추모하는 英국민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공(왼쪽 위 작은 사진)의 별세 하루 뒤인 10일 런던 버킹엄궁의 담장 앞에서 추모객 2명이 서로 어깨를 끌어안고 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필립 공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방문을 만류했음에도 버킹엄궁에 꽃다발을 갖다 놓는 등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런던=AP 뉴시스 |
10일 73세의 찰스 영국 왕세자는 런던 하이그로브 저택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100세 생일을 두 달 앞두고 9일 별세한 아버지 필립 공을 ‘파파(아빠)’라고 부르며 “엄청나게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지난 70년 동안 여왕, 가족, 국가, 그리고 영연방 전체에 아주 놀라울 만큼 헌신적인 봉사를 해왔다”고 추모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를 두고 “부자(父子) 간의 특별한 친분을 보여줬다”고, 더타임스는 “아버지와 화해했다는 걸 드러냈다”고 했다.
영국 언론의 이 같은 논평 배경에는 찰스 왕세자와 아버지 필립 공의 다소 ‘껄끄러웠던’ 관계가 있다. 찰스는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꼈고, 부자는 오랫동안 심적 거리를 두고 지냈다고 알려져 있다. 찰스는 청소년기 아버지의 결정으로 마지못해 다녔던 고든스턴을 ‘생지옥’이었다고 회고했다. 고든스턴은 아버지 필립의 모교다. 필립 공은 찰스와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결혼이 파탄나자 찰스를 심하게 나무라기도 했다.
찰스, 부친에 작별인사 찰스 영국 왕세자가 10일 하이그로브의 자택 앞에서 아버지 필립 공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하이그로브=AP 뉴시스 |
필립 공의 별세에 세계 각국은 애도의 뜻을 밝혔다. 영국연방 회원국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영연방은 필립공을 잃은 슬픔과 그의 삶에 대한 감사를 공유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 복무, 여왕과 함께한 73년의 시간까지 필립공은 영국과 영연방, 그의 가족을 위해 기꺼이 헌신했다”고 했다.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은 “조국을 향한 그의 봉사는 모두에게 영감이 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필립 공의 장례식은 고인의 뜻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일반 추모객 없이 소규모로 치러진다. 버킹엄궁은 17일 오후 3시 윈저성 성조지 예배당에서 국장(國葬)이 아닌 왕실장으로 장례식이 거행된다고 밝혔다. 필립 공은 생전 절제된 장례를 치르라는 유지를 남겼다. 왕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장례식 참석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해 온 정부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최대한 많은 왕실 구성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립공의 손자 해리 왕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런던으로 귀국해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해리 왕자의 아내이자 필립공의 손주며느리인 메건 마클은 참석하지 않는다. “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장시간 비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사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버킹엄궁은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최근 미국 CBS 방송에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하는 등 왕실과 불편한 관계다.
필립 공은 자신의 운구 차량도 생전에 미리 디자인했다. 고인의 시신은 필립 공이 자신의 장례식에 쓰이길 바라면서 생전 개조에 참여한 랜드로버 차량으로 운구될 예정이라고 왕실 고위 보좌관이 밝혔다. 장례식은 영국 TV로 생중계된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필립 공을 추모하는 프로그램을 대거 특별 편성했다가 ‘프로그램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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