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 44명 '물 위 역동적 群舞'.. "모두에게 힘과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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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가로 18m, 세로 12m의 대형 수조.
보일 듯 말 듯 잔잔하게 차있는 물은 무용수들의 격정이 더해질수록 조금씩 차오른다.
물을 소재로 삼아 진리를 풀어낸 작품으로 거대한 수조와 무용수 44명으로 구성된 대형 창작무용극이다.
통상 무대 여건과 부상 위험으로 물 위에서 무용수들이 춤추는 건 진귀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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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18m-세로 12m 대형수조서 펼쳐
서울시무용단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6, 17일 신작 ‘감괘(坎卦)’를 선보인다. 물을 소재로 삼아 진리를 풀어낸 작품으로 거대한 수조와 무용수 44명으로 구성된 대형 창작무용극이다. 감괘는 역학(易學)의 팔괘 중 하나로 하나의 양(陽)이 두 개의 음(陰)에 빠져있는 형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난을 헤쳐 나가려는 노력과 긍정의 메시지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물에 갇혀 험난한 운명을 상징하는 괘의 모양이 모두가 처한 팬데믹의 고통을 뜻하는 것 같았다”며 “오래전부터 자연물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구상했는데 감괘를 알게 된 순간 바로 작품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어 “비바람 속에서 날갯짓하다 끝내 비상하고야 마는 인간의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정 단장이 총괄안무를 맡았고 전진희, 한수문 지도단원과 아크람칸 무용단 출신의 김성훈이 안무가로 참여했다.
통상 무대 여건과 부상 위험으로 물 위에서 무용수들이 춤추는 건 진귀한 풍경이다. 하지만 “신선한 공연을 위해 힘들어도 물을 사용해보자”는 정 단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극 초반 발만 살짝 적실 수준으로 잔잔히 차있던 물은 극이 고조되며 4cm까지 찬다.
연습과정도 만만치 않다. 연습실에 물을 채우고 빼는 데만 몇 시간씩 걸린다. 한 번 춤추고 나면 무용수들이 땀과 물로 흠뻑 젖어 실제 공연처럼 하는 리허설인 ‘런스루’는 하루 한 번뿐이다. 맨바닥에서 추는 전통무용도 쉽지 않은데, 물의 무게감과 미끄러움을 감내하느라 동작 연습도 버겁다. 단원들은 차츰 적응 중이다. 고무재질의 특수신발도 고안했다.
8장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은 활기찬 일상을 뜻하는 1장 ‘수풍정(水風井)’에서 시작한다. 2장 ‘수택절(水澤節)’에서 차츰 기미를 보이던 역경은 6장 ‘중수감(重水坎)’에 이르러 몰아친다. 무용수들도 격한 반복동작을 선보이며 숨을 거세게 몰아쉰다. 마지막 8장 ‘수화기제(水火旣濟)’에서 무용수들은 비로소 서로를 바라보며 필연적 상생을 표현한다. 정 단장은 “모두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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