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위기의 중국 BTS 팬클럽

유상철 입력 2021. 4. 12. 00:27 수정 2021. 4. 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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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앞으로 중국에선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덕질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당국이 청소년들의 팬클럽 활동에 대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방식에 맞춘 관리와 감독을 추진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중국의 정치행사 양회(兩會, 전인대 및 정협)가 열렸을 때다. 정협 위원이자 광시(廣西)좡족자치구 류저우(柳州)시 검찰원 부검찰장인 웨이전링(偉震玲)이 깜짝 제안을 했다. “혼란 상태의 팬클럽 문화를 다스려야 한다”고.

그는 팬클럽 후원회를 겨냥했다. 후원회의 부채질로 수입도 없는 청소년이 고가의 선물을 스타에게 보내고, 또 서로 다른 팬클럽 간 싸움도 잦은 등 폐해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라고 목청을 높였다.

마땅히 민정부에 등록시켜 법에 따라 활동하게 하고 엄하게 감독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다른 중요 민생 사안도 많은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대세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며 입법은 시간문제란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읽기 4/12

웨이전링의 팬클럽 단속 주장은 왜 나왔고 파장은 뭔가. 일각에선 2016년 ‘오션뷰(Ocean View)’ 사건을 말한다. 그해 일본의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인기투표가 있었고, 중국의 팬클럽 또한 참여했다.

문제는 중국 후원회가 투표 참여를 구실로 팬들을 등급으로 나눈 뒤 3000위안(약 51만원)에서 1만위안까지 다양한 후원금을 받고선 튄 것이다. 나중에 후원회장이 먹튀 한 돈으로 바다가 보이는 집을 산 게 밝혀지며 오션뷰 사건이란 이름이 붙었다.

또 지난해 연말 중국 연예인이 고가의 선물을 받아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이번 웨이전링의 제안은 중국 내 한류 팬클럽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한다. 두 차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지난해 1월 엑소 멤버 겸 배우인 도경수의 생일 때 중국 팬들이 ‘곰신택배(군대 간 남친에게 여친이 보내는 선물)’를 보내며 “조국이 부르면 맹호는 간다”는 응원을 보냈다가 일부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매국노”란 비난을 받은 사건이다.

두 번째는 지난해 10월 BTS가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으로 한·미가 겪은 고난의 역사를 언급했다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일관하는 중국 매체와 네티즌으로부터 ‘중국의 고난’은 왜 거론하지 않느냐는 희한한 공격을 받은 일이다.

이때 중국 BTS 팬들이 거세게 들고일어나 애국주의를 파는 중국 매체에 맞섰고, 환구시보 등은 이들의 파워에 놀라고 밀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웨이전링의 팬클럽 단속 제안이 나왔다. 중국 ‘아미(BTS 팬클럽)’로선 큰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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