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오일 마피아' 적발..압수 자산만 10억유로

석유제품 거래를 가장해 돈세탁·탈세 등을 일삼은 마피아 집단이 이탈리아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당국은 최근 카모라와 은드란게타 마피아 조직원 등 70여명을 구금하거나 가택연금에 처했다. 아울러 현금과 부동산, 사업체 등을 포함한 10억유로(한화 1조3323억원) 상당의 자산을 압류했다.

이들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밀반입해 유통하는 과정에서 1억 유로가 넘는 거액을 돈세탁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남부 항구도시 나폴리를 거점으로 하는 마피아 조직 '카모라'와 시칠리아섬과 맞닿아 있는 칼라브리아 지역의 '은드란게타' 소속 범죄집단이 가담한 형태의 마피아 범죄로 보고 있다.

예전처럼 다른 마피아 조직을 제압해 자기 세력을 키우려하기보다 서로 손잡고 연합 전선을 구축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사무직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까지 합세해 거대한 '범죄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수사당국은 전했다.

적발된 용의자 가운데는 이탈리아 가수 겸 사업가인 안나 베토치도 포함돼 있다.

우파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속한 정당에서 활동한 그는 2019년 롤스로이스를 타고 프랑스로 가는 국경을 넘다 붙잡혔다. 단속 당시 그의 부츠 등에서 현금 30만유로(한화 4억원)가 발견됐다. 그가 머물던 밀라노 호텔에서도 140만유로(약 18억6000만원) 상당의 현금 뭉치가 나왔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스폰서 자금의 일부라고 해명했으나 수사당국은 이번 범죄 수익금의 일부로 의심하고 있다.

베토치는 작고한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연매출 900만유로(약 120억원) 수준의 작은 석유회사를 연매출 3억7000만 유로(약 4929억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으로 키웠는데 그 뒤에는 카모라 등 마피아 조직의 지원이 있었다고 수사당국은 전했다.

'페트롤 마피아 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수사는 2015년부터 진행됐으며, 총 1000여 명의 수사 인력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