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베이징의 수상한 청명절 인심
천안문 진압 반대한 자오쯔양 참배는 봉쇄..
시 주석 종신집권 위해 역사 되돌리나
청명·한식에 성묘 다녀오셨습니까? 중국도 이 시기가 되면 청명절이라고 해서 묘지마다 사람들이 몰려요. 정계 인사들의 묘지가 많은 베이징은 이맘 때가 민심 동향과 정치권 기류를 엿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올해는 문화대혁명을 주도한 4인방의 일원으로 마오쩌둥 주석의 네번째 부인이었던 장칭(江靑·1915~1991)과 천안문사태 당시 무력 진압에 반대했다가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 전 공산당 총서기의 묘지가 화제가 됐죠. 두 사람은 공산당 고위층이 묻히는 바바오산(八寶山) 묘지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장칭 묘지 2018년 통제 풀려
장칭은 베이징 도심 서쪽 푸텐(福田) 공원묘지에 묻혔죠. 비석엔 ‘돌아가신 어머니 리윈허(李雲鶴)의 묘’라고 돼있습니다. 리윈허는 본명이죠. 본명을 모르면 이곳이 장칭의 묘지인지도 알지 못하게 돼있습니다.
장칭 묘지는 시진핑 주석 집권 전반 5년까지만 해도 참배 금지 구역이었어요. 보안 요원들이 지키고 서서 참배를 막았고, 2015년에는 이에 항의하는 사람을 체포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가 시작된 2018년부터 통제가 풀렸죠. 올해 청명절에는 화환과 꽃바구니로 빼곡하게 둘러싸였다고 합니다.
◇자오쯔양 묘지는 공안이 참배 막아
반면, 그동안 참배가 자유로왔던 자오쯔양의 묘지는 가족 등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참배를 막았습니다. 자오 전 총서기의 묘지는 베이징 서북쪽 외곽 창핑구의 ‘톈서우위안(天壽園)’이라는 공원묘지에 있어요.
가족 묘지를 들른 김에 자오 전 총서기 묘지를 방문했다는 한 참배객이 보낸 글을 미국에 체류 중인 차이샤 전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가 공개했습니다. 이 글을 보면 묘지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성한 풀에 덮여 찾기가 어려웠고 그마저도 출입문을 달아 막았다고 해요.
올라갈 길을 찾아 묘지 주변을 도는데 미리 진을 치고 있던 공안 요원이 다가와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답니다. “꽃이라도 바치려고 한다”고 했더니 “가족이 아니면 안 된다”면서 몰아냈다고 해요. 이 참배객은 “반혁명집단의 수령(장칭) 묘지는 개방하면서 자오 전 총서기의 묘지는 봉쇄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한탄을 했습니다.
◇흙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중국 정계 인사는 죽은 뒤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다뤄요. 1989년 천안문사태만 해도 개혁파 총서기였던 후야오방의 죽음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자오쯔양은 평생을 연금 상태로 살다가 2005년 숨졌죠. 유족들은 화장한 유골을 14년 동안이나 집에 보관해오다 2019년 공산당의 허가를 얻어 안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묘가 개혁파의 정치적 구심점이 될 것을 우려해 흙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막은 거죠.
장칭은 덩샤오핑 집권 후 체포돼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습니다. 1991년 보석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자살했죠. 장칭도 화장 후 유족들이 유골을 보관해오다, 11년 뒤인 2002년에야 안장할 수 있었습니다.
장칭은 묘지 참배를 허용하면서, 자오쯔양 묘지를 봉쇄한 것은 극좌로 치닫는 중국의 정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종신집권을 통해 ’21세기판 마오쩌둥'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좌파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미 무덤 속으로 들어간 문화대혁명의 역사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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