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질병관리 수장 "중국 백신 효과 떨어져" 뒤늦은 시인
[경향신문]
중국 질병관리 수장이 처음으로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낮다는 점을 인정했다. 각국에서 진행한 감염 예방효과 연구에서 중국산 백신의 효과는 50~90%까지 들쑥날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간 중국 정부는 예방효과가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장인 가오푸 주임은 10일 청두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중국산 백신의 보호율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관계자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산 백신의 낮은 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가오 주임은 이어 “예방접종 과정에서 (중국 백신과는) 다른 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의 사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효과 향상을 위해 접종 용량이나 투약 간격, 인당 접종 횟수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다른 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을 번갈아 접종하거나 혼합 접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코로나19 백신이라도 접종 시 항체 형성 과정은 채택한 기술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돌기’와 유사한 ‘가짜 돌기’를 인체에 만들어내 항체 형성을 유도한다. 코로나19 백신에는 크게 죽은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방식, 아데노 바이러스에 코로나 돌기 형성 유전자를 넣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 세포가 돌기를 형성하도록 명령하는 유전물질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주입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중국은 현재 자국산 백신 4종을 사용하는데 이중 3종이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나머지 1종은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인지 그간 중국에서는 mRNA를 이용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대한 평가절하가 이어졌다. 실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올초 노르웨이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일부 노인들이 사망했다며 mRNA 기반 백신의 사용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자국산 백신의 낮은 효과를 시인하면서 mRNA 백신에 대한 평가도 뒤바뀐 듯 보인다. 가오푸 주임은 “mRNA 백신에 대해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여러 종류의 백신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백신 연구자 타오리나 역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우리 백신이 생성하는 항체 수준은 mRNA 백신보다 낮으며 효과 데이터도 낮다. 우리의 불활성화(죽은 바이러스) 백신과 아데노 바이러스 백신이 mRNA 백신보다 효과가 덜 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개발한 mRNA 백신이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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