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몰라 배트 돌린 지시완.. 허문회 감독은 끝내 그를 찾지 않았다

장민석 기자 2021. 4. 1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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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NC전에서 결승 2루타를 친 지시완. 그는 이 활약에도 이후 5경기에서 한 타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반쪽짜리가 되어선 안 된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작년 5월 포수 지성준(현 지시완)을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성준은 2019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던 장시환을 그해 11월 한화로 보내고 받아온 포수였다. 성민규 단장이 부임 이후 단행한 가장 큰 트레이드였다. 성 단장은 당시 “공격력은 타고나야 하는 반면 수비는 연습과 경험을 통해 쌓을 수 있다”며 “공격력이 뛰어난 지성준이 나종덕(현 나균안) 정보근 김준태 등과 함께 경쟁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성준에게 기회가 돌아가진 않았다. 허 감독은 지성준의 엔트리 제외에 대해 “수비가 아직 부족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즌이 막을 올리고 정보근과 김준태가 나란히 1할대 타율로 부진하면서 지성준을 1군에 올리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성준은 정보근이 장염에 걸려 빠지면서 6월 11일 1군으로 콜업됐다. 그는 11일 한화전과 12~13일 LG전에 나섰다. 2안타 2타점 3볼넷으로 타격에선 역할을 했으나 블로킹 등 수비에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허문회 감독은 3경기 만에 지성준을 2군으로 다시 내려보냈다. 이 3경기가 지난해 지성준이 뛴 1군 경기의 전부였다.

지성준은 7월 미성년자 강제추행 의혹 등 부적절한 행위로 물의를 일으키며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사자 간 합의로 법적 조치는 없었다. KBO는 품위 손상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지성준은 2021시즌을 앞두고 이름을 지시완으로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그는 3월 연습경기에서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3일 삼성전에서 2안타, 9일 SSG전에서는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13일 NC전에서는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작년보다는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중용되지 못했다. 주로 대타로 나와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허문회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 이례적으로 포수 3명을 올렸다. 김준태가 주전 포수로 나섰고, 강태율이 백업으로 뒤를 받치는 구도였다. 지시완은 또 뒤로 밀렸다.

지시완이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경기는 6일 NC전. 7회초에 이병규의 대주자로 나왔다. 포수 엔트리 3명 가운데 김준태과 강태율을 이미 쓴 상태라 지시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시완은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5로 맞선 9회초 동점 상황에서 결승 2루타를 때렸다. 지시완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는 10대5의 대승을 거뒀다.

결승타의 주인공이라면 또 다른 기회가 올 법도 하지만 지시완은 다음 두 경기에서 선발 출전은 물론 대타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사흘이 지난 9일 키움전에서야 선발 포수 강태율이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나자 교체로 들어와 한 타석을 소화했다.

김준태와 강태율의 활약이 좋았다면 롯데 팬들도 지시완을 기용하지 않는 데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준태는 11일 현재 타율 0.111, 1타점을 올리고 있고, 강태율은 4타수 무안타다.

11일 키움전의 지시완. 더그아웃에서 배트를 돌리며 대타 출전에 대비했지만 그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11일 키움전에서 롯데 팬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이날 롯데는 연장 11회까지 치르는 혈전 끝에 2대3으로 패했다. 대타와 번트 등 허 감독의 작전은 이날 효과적이지 못했다.

허 감독은 이날 엔트리에 있는 야수 15명 중 유일하게 지시완만 내보내지 않았다. 머리에 공을 맞은 이후로 출전하지 않았던 마차도까지 나온 상황이었지만 지시완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특히 팬들은 ‘한 방’으로 동점이나 역전을 만들 수 있는 연장 11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까지 지시완을 쓰지 않은 장면에 분노했다. 지시완은 더그아웃에서 방망이를 돌리며 혹시나 모를 대타 출전에 대비했지만, 허문회 감독은 끝내 그를 찾지 않았다.

강태율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허 감독 스스로 “타격에는 재능이 있다”고 평한 지시완을 왜 쓰지 않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남는 순간이었다.

9일 키움전의 허문회 감독. / 연합뉴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래서 책임도 감독이 져야 한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포수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런 롯데에 2018시즌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탠 지시완은 분명히 활용 가치가 큰 카드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허 감독은 지시완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출전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만약 일부 팬들의 주장대로 지시완이 성민규 단장의 선택이라 외면한다면 이는 공멸로 가는 길이다. 뎁스가 좋으면 뭐 하나. 결국 선수를 쓰는 건 감독이다.

롯데는 최근 야구를 잘 하는 날보다 못 하는 날이 많았다. 가을 야구 진출과 우승이란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지난 시즌부터 계속 잡음이 들려온다. 롯데 팬들은 제발 야구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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