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시간도 거래된다.. 진화하는 중고거래 앱에 유통공룡도 '벌벌'

최지웅·김경은 기자 2021. 4. 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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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고거래라 하면 ‘남이 쓰던 물건’이란 딱지를 붙여 불신하는 시선이 가득했다. 하지만 소비 기준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바뀌고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됐다. 인식이 바뀌면서 중고거래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중고나라는 대기업 롯데쇼핑이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미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중고거래 시장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유재석·네이버가 눈독 들인 중고거래 앱


“당근이세요?” “네, 당근입니다.”

흔한 인사 대신 암구호를 주고받는듯한 중고거래 현장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중고거래 앱을 이용해 원하는 물건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대표적으로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이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된 중고거래 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중 ‘당근마켓’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눈에 띄는 광고 없이 조용히 사용자 수를 늘리더니 어느새 국내 주요 쇼핑 앱으로 급성장했다. 단순히 물품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피아노 레슨이나 요리 교실 등을 통해 재능을 나누거나 배드민턴·축구와 같은 취미 활동을 함께하는 모임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용자를 서로 연결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카카오톡·카페·밴드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경험했던 커뮤니티 활동이 중고거래 앱 속으로 파고들면서 새로운 플랫폼 경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중고거래, 동네 커뮤니티의 새로운 가능성 열어

당근마켓은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던 지역생활 커뮤니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거주 지역 GPS 인증을 기반으로 동네 이웃과 중고 거래는 물론 각종 지역 정보와 소식이 오가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1억 2000만건의 이웃 간 거래와 나눔을 연결하며 이른바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의 줄임말이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과 달리 자신의 위치에서 반경 6㎞ 이내 거리의 사용자와 중고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슬리퍼를 신고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지역을 의미하는 ‘슬세권’에 집중한 동네형 플랫폼인 셈이다.

근거리에 사는 사람끼리 거래를 트다 보니 사기나 덤터기를 씌우는 일도 드물다. 출퇴근길이나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도중에 마주칠 수 있고 몇 사람만 거치면 알만한 동네 주민이기 때문. 이는 당근마켓 거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근마켓이 ‘동네 주민끼리 직거래’ 원칙을 철저히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우리동네질문 ▲동네분실센터 ▲동네맛집 ▲동네사건사고 등 다양한 연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하고 소통을 돕는 창구로 활용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6577개 지역에서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300만명을 돌파하며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2000만건을 넘어섰다. 각종 중고거래와 동네 소식을 전하는 게시글도 12월 한 달 동안 1350만건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고거래 시장은 과거 틈새시장에 불과했지만 기술적인 혁신과 대기업의 진입으로 신뢰까지 확보했다”며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도 눈독 들인 중고거래 앱의 진화

당근마켓은 물건뿐 아니라 시간과 재능 등 무형의 유산까지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3월1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의 시간이 당근마켓을 통해 무료로 공유됐다. 이날 다수의 의뢰인은 유재석과 함께 고기를 먹고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재미도 있었지만 물건 대신 시간을 거래하는 중고거래 앱의 기발한 사용법에 찬사가 쏟아졌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당근마켓의 시스템은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도 매력을 느끼는 영역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카페에 동네 이웃과 대화할 수 있는 ‘이웃 톡’을 추가해 소통 기능을 확장했다. 당근마켓처럼 이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일상 소식과 동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웃 톡에 앞서 네이버카페는 지난해 말 ‘관심 지역’으로 설정한 동네 소식을 한데 모은 ‘이웃 서비스’를 선보였다. 경기 파주시를 관심 지역으로 설정하면 파주시 맘카페 등을 추천해준다. 근처에서 거래가 가능한 중고거래 카페 게시물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에는 누적가입자가 2300만명, 거래액 5조원에 달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가 있다. 이웃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중고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네 기반 중고거래에서 시작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변신 중인 당근마켓을 베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지역 기반 커뮤니티의 가치가 커지면서 이 분야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플랫폼 업계에서 두드러지는 가운데 당근마켓의 핵심 기능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건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네이버카페 이웃 톡이 당근마켓의 동네생활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당근마켓이 그동안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낸 서비스 가치는 따라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jway0910@mt.co.kr



이커머스 사업 부진한 롯데… '중고나라'로 승부수?



롯데가 중고거래 플랫폼 1위 '중고나라' 인수에 투자하면서 중고시장에 뛰어든다. /사진=중고나라

회원수 2330만명, 연간 거래액 5조원.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의 성적표다. 거래액으로 보면 이커머스업체 티몬과 맞먹는 수준. 2013년 법인화를 거쳐 2016년 모바일 앱을 출시하며 어엿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고나라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에서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제일 크다. 하지만 네이버 카페를 제외하면 말이 달라진다. 거래의 상당수는 앱이 아닌 네이버 카페에서 이뤄진다. 앱 월간 순사용자(MAU) 기준으론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에 밀린다.

지난해 상반기에 매물로 나온 중고나라의 경영권 매각 협상이 장기화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 1위지만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는 녹록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든 건 다름 아닌 롯데. ‘유통 공룡’이 중고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는 왜 중고나라를 택했나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기로 최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거래금액은 1150억원이며 롯데쇼핑은 3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인수할 권리(콜옵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향후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롯데가 중고나라 인수에 투자한 건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2008년 4조원 규모이던 중고거래 시장은 2019년 20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중고거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그동안 비주류 영역에 속했던 중고거래가 시장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찾아 이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 한정판 제품을 되파는 리셀(re-sell) 열풍도 중고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번 인수 참여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뒤처진 롯데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ON)’을 신설하며 뒤늦게 이커머스 시장에 합류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9.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업계 선두주자와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거래액이 27조원으로 업계 1위인 네이버는 CJ, 신세계그룹 등 대기업과 손을 잡았다. 2위인 쿠팡(거래액 22조원)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5조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3위 이베이코리아(거래액 20조원)가 매물로 나오며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건 롯데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걸 의미한다. 중고나라와 이베이코리아를 모두 손에 넣는다면 롯데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중고시장에 뛰어든 롯데… 효과는?

롯데쇼핑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중고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선 쉽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롯데가 중고시장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어서다. 롯데쇼핑은 2019년 8월 중고거래 앱 ‘마켓민트’를 내놨으나 사업 부진으로 결국 지난달 운영을 종료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중고거래가 개인 간 거래(C2C)라는 특수한 시장이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수입원이 마땅치 않다. 오픈마켓이나 배달앱 등 플랫폼 사업자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면서 수수료를 받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은 거래 행위로 인한 수수료가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당근마켓도 수익구조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용달·과외·식당 등 지역 광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쿠팡·11번가 등 이커머스업계도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며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롯데가 재도전에 성공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 간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은 최근 기업가치가 1조원까지 치솟으며 무섭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MAU로는 당근마켓(1450만명)이 중고나라(1200만명 추정)를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3위 번개장터는 MAU가 520만명에 불과하지만 그중 40%가 25세 미만으로 핵심 소비층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사기와 허위광고 및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중고나라는 사기 거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고나라에서 매일 같이 사기 거래가 이뤄진다는 의미에서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최근엔 신생아를 판다는 글이 게시되는 등 윤리 문제로도 시끄럽다.

관건은 롯데가 향후 중고나라와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에 달렸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롯데는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시장까지 이커머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 중고거래 장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재개장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매장인 ‘스니커즈 리셀 거래소’를 연 바 있다. 국내에 재고가 없거나 구하기 어려운 스니커즈 모델을 재판매할 경우 수십배의 중간 차익을 남길 수 있어 업계에선 리셀이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쇼핑이 향후 리셀 시장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공략하기에도 리셀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롯데쇼핑 측은 “중고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재무적 투자에 참여했다”며 “사업 관련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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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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