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풍도 뚫은 '바람의 여왕' 이소미
장하나 2타차 따돌리고 통산 2승
작년 10월 생애 첫 우승 경기 이어
이번 대회도 '바람의 도전' 극복
[경향신문]
홀에 꽂혀 있는 깃대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세차게 펄럭거렸다. 최진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은 “초속 6m 바람”이라고 말했다. 평소보다 2클럽을 더 잡거나 덜 잡아야 하는 센 바람이었다. 이 바람이 우승의 최대 변수가 될 터였다. 때론 바람에 순응하고, 때론 바람을 다스리며 누가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할 것인가.
제주의 칼바람을 뚫고 2021시즌 KLPGA 투어 개막전 정상에 오른 주인공은 이소미(22·SBI저축은행)였다.
이소미는 11일 롯데스카이힐CC 제주(파72·6370야드)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7억원) 4라운드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이븐파를 쳤다. 합계 6언더파 282타를 친 이소미는 장하나를 2타 차로 따돌리고 통산 2승째를 신고했다.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 영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강한 바닷바람을 뚫고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바람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던 이소미는 4일 내내 바람이 거세게 분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바람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우승 상금은 1억2600만원.
바람만큼 우승 경쟁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었다. 3번홀서 이소미와 이다연, 장하나가 5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이뤘다. 장하나는 2타, 이다연은 1타를 줄인 반면 이소미는 1타를 잃었다. 파4 6번홀이 초반 분수령이 됐다. 이다연은 두 번째 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며 더블 보기로 순식간에 2타를 잃었다. 반면 이소미는 두 번째 샷을 핀 60㎝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 2타 차 선두로 나섰다. 우승 경쟁이 이소미와 장하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소미가 파5 9번홀에서 3퍼트로 한 타를 잃어 장하나와의 격차는 1타로 좁혀졌다. 이소미는 10번홀에서도 어프로치 실수로 한 타를 잃을 위기를 맞았지만 2.2m 거리의 파 퍼트를 집어넣어 파를 세이브했다. 반면 장하나는 1.2m짜리 버디 퍼트가 비껴갔다. 장하나는 13번홀 기회까지 놓치진 않았다. 55m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핀 1.2m에 붙인 뒤 버디를 성공시켰다. 다시 공동 선두. 이소미는 이날 최고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좋은 기회는 장하나가 더 많았다. 이소미는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파5 15번홀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잡아냈다. 장하나의 버디 퍼트가 홀을 스치며 지나간 반면 이소미가 4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는 땡그랑 소리와 함께 홀에 떨어졌다. 힘의 균형이 다시 깨졌다. 바람이 거세도 이소미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자 결국 장하나가 무너졌다. 파4 16번홀서 장하나의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이 내리막을 타고 한없이 굴러갔다. 4번째 오르막 퍼트는 짧았다. 보기 퍼트마저 홀을 외면하며 2타를 잃었다. 파를 지킨 이소미와의 격차가 순식간에 3타로 벌어졌고, 거기서 승부는 끝났다.
이소미는 “생각의 차이가 플레이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동계훈련 때 생각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며 “주변을 보지 말고 나한테만 집중하는 게 간단하면서도 제일 힘든데 그게 잘된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귀포 | 류형열 선임기자 ry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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