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딜레마' 온실가스 배출은 어쩌나

조미덥 기자 2021. 4. 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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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공정서 배출 필연..삼성전자·SK하이닉스, 작년 20%대 증가
전 지구적 기후 정책과 충돌..정부·기업들 "설비 효율화 등 노력"

[경향신문]

반도체 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제품을 사용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점점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지만 그럴수록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크게 늘어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부터 세계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이 시행 중이다. 이는 반도체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앞선 기술력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하위 업체들과의 격차를 공고히 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361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2019년(1114만t)보다 약 22% 늘어났다. 영업이익이 30% 증가했는데 그에 준하게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689만t)에 비해 4년 만에 2배로 뛰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69만t으로 전년(378만t)보다 24%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에 낸드플래시·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SK하이닉스는 용인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착공을 준비하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돼 그러한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이러한 문제는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회사인 대만 TSMC, 미국 인텔도 마찬가지다.

미국 블룸버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보다 높은 효율로 작동하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반도체가 (제작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더 많은 전기와 온실가스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전통적으로 많은 오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인식되는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줄어드는 반면, TSMC와 인텔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을 보여주는 그래프도 실었다.

반도체 회사들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향후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기후친화적인 정책과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최근의 노력이 상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분야 온실가스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와 업계도 이를 인지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에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불화가스를 대체하는 신공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개발된다면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불소 화합물을 쓰면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사업장 온실가스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설비를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기흥·평택 등 반도체 사업장에 축구장 4개 크기의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도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 9종은 영국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탄소 배출을 줄인 노력을 인정받아 ‘탄소 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SK하이닉스도 2022년까지 2016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시스템 최적화, 장비 개선, 대체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체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거나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전력판매시장을 열어서 외국처럼 기업 스스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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