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스트레스 관리'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김재욱 |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 2021. 4. 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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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여러 통계지표는 한국이 대표적인 ‘스트레스 사회’임을 보여준다. 한국은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차지하고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대표되는 정신질환자 수도 최근 5년 사이 30%나 증가했다. 특히 10~30대 젊은 층에서 자살률과 정신질환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우리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망가지고 몸의 미세한 균형이 깨져 결국 만성질환으로 연결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 정도 스트레스는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지속적인 편두통, 소화불량, 위염 등의 원인으로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스트레스를 경감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잘 모를 때도 있다. 과다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을 쉬면 호전되지만 감정적인 스트레스는 관리가 힘들고 질환으로 이행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대표적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원의 이직률이 7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있었다. 이는 전체 노동시장 이직률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 감정노동자의 10명 중 8명 이상은 우울증 위험군에 속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정신질환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질환으로, 모든 질병에 선행되기에 감정적 스트레스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돼 혈류가 근육으로 몰린다. 이때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손바닥 등에서 땀이 나며 속도가 붙은 심장박동은 신체 내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코르티솔’의 분비도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혈당을 높인다. 스트레스를 주기적으로 이완해주지 못하면 근육이 굳어서 뭉치고, 소화기관이나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관들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소화불량,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이행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또는 신체적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간단한 운동, 호흡법, 명상 등이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하루 10분간의 명상으로 노인의 혈압 저하와 흡연·음주·약물 감소, 콜레스테롤 저하, 심뇌혈관 위험요인과 사망률이 줄어드는 등의 효과가 보고됐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 수준을 바로 알려주고, 원하는 시간에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줄 수 있는 기술이 있을까. 각광받는 것으로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이 있다. 바이오피드백은 몸에 센서를 붙여서 뇌파, 심박동수, 피부전도도, 피부온도, 근전도 등과 같은 몇 가지 생체반응 정보를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생리적 기능변화를 사용자가 직접 인지하게 하는 기법이다.

최근에는 바이오피드백 기술과 게임 기술을 접목해 가상현실(VR) 기반 중독치료, 우울증·불안 감소 등의 기능성 게임 콘텐츠가 상용화되고 있다. 뇌파를 이용하는 바이오피드백의 일종인 ‘뉴로피드백’을 활용해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불안장애, 중독 관련 장애, 뇌손상, 만성피로증후군, 통증, 우울증 등에서 지속적으로 치료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맥파, 근전도, 피부전도도, 피부온도, 뇌파, 안구 움직임 추적 기술 등과 같은 다양한 생체신호에 기초한 바이오피드백과 명상, 호흡, 운동 등에 기반한 의료적 게임 기법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 기술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살아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만성적 질병으로 이행되기 전, 때를 놓치지 않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의 스트레스, 나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능동 관리할 수 있는 바이오피드백 기술 기반 디지털 헬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재욱 |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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